반도체 전문가들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가 이라크전과 더불어 올 상반기 경기침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 가운데 한 반도체 시장조사 전문기관이 사스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재앙은 아니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아이서플라이(isuppli)의 연구원 조너선 커셀은 최근 ‘사스를 돌아보며(Looking back at SARS)’라는 보고서를 통해 사스가 진정된 6월 마지막주 올 반도체 성장률을 수정한 결과 전체 장비 시장은 3.1%, 부품 시장은 8.0% 그리고 반도체 투자는 지난해보다 9.0% 성장할 것이라고 수정했다. 사스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3월에는 4.8%, 9.0%, 9.8%로 각각 예측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실질적인 사스의 영향력은 0.8∼1.7%다.
이는 많은 반도체 전문가들이 중국의 PC와 휴대폰 수요감소로 인해 전체 반도체 시장이 5% 이상 큰 폭으로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과 다른 의견이다.
커셀 연구원은 “많은 분석가와 경영자들이 올 상반기 반도체 성장둔화를 사스로 돌리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2분기 성장률을 분석해본 결과 사스는 대재앙이나 공포는 아니었으며 오히려 경영실패와 전략부재를 탓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사스가 지난 2분기 동안 중국에서 PC와 휴대폰 수요감소에 영향을 미쳤음에도 전체 반도체 장비 시장과 반도체 가격은 긍정적인 신호가 발견됐다”며 “이 같은 현상은 오랜 불황으로 사스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완비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스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5월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사스로 인해 올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 전망치를 16.6%에서 11.5%로 크게 낮췄으며 아시아 IT 시장 피해액은 10억달러 가량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