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IT 혁명의 물결에 이어 21세기는 생명공학시대라고 일컬어지고 있지만 올해 종결된 인간유전체 프로젝트도 IT 없이는 불가능했다. 21세기가 BT시대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의 학문적 성과가 어느 한 분야의 기술만으로 이뤄질 수 없듯이 생물학도 마찬가지다. 지금부터 50년 전 DNA 구조 발견도 생물학자인 웟슨과 물리학자인 크릭의 팀워크에 의한 것으로 학제적인 상호협력의 역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인간유전체 프로젝트는 생물학을 정보과학으로 변화시켰다. 많은 생물학자에게는 DNA 서열을 알아내는 것이 지루한 작업이었으나 컴퓨터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연산문제일 수 있다.
선진 몇 개국의 컨소시엄으로 시작된 인간유전체사업이 생각보다 지지부진하자 자신의 기술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벤터 박사가 스스로 회사를 만들어 자기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다. 농구장 크기의 2배 정도나 되는 방에 당시 세계에서 컴퓨터 성능으로 두 번째인 기종을 들여와 자신의 꿈을 실현시켰다.
현재 국내에서도 재작년부터 정부의 지원으로 BT와 IT 융합기술에 대한 연구과제들이 추진되고 있다. 바이오인포매틱스를 번역한 이른바 생물정보학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된 지 만 2년째를 맞고 있다.
과기부·복지부에서 시작된 이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정통부·산자부 등의 관련 부처에까지 확대돼 많은 생물학 및 정보과학 관련 연구기관이나 대학·기업체에서 관심을 보이고 나름대로 연구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이런 국내 생물정보학 분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바라지 말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 이는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뿐만 아니라 연구기관 및 연구자들이 일시적인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이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실적을 쌓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기존 생물학 분야의 기득권을 주장하지 말고 관련 분야의 자유로운 참여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학제적 협력 분위기가 필요하며 생물학 및 정보과학뿐만 아니라 수학·통계학·물리학·화학 및 기타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을 포용하고 습득된 지식 및 생물정보 데이터를 공유하는 열린 자세가 요망된다.
마지막으로 범부처적인 협력 및 조정기구가 필요하다.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사전 조정, 국내 생산 데이터에 대한 의무등록 및 유통서비스, 생물정보학 분야의 장기 마스터플랜 수립 등과 같은 범부처적 협력사항에 대한 조정기구의 설치가 필요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적으로 통합된 생물정보학 연구 및 공공서비스를 담당할 독립기관이 설치돼야 한다.
생물정보학은 최근 갑자기 나타난 학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로 오래 전부터 축적돼온 학문이다. 그것이 인간유전체 프로젝트라는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으로 인해 중요한 역할로 부각됐을 뿐이다.
이제는 우리도 일회성의 유행을 좇는 학문적 양태를 지양하고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생물정보학의 발전을 위해 다같이 노력하자는 필자의 제안이 혼자만의 바람은 아니기를 기원한다.
◆홍순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바이오인포매틱스사업실장 schong@hpcnet.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