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온라인 음악사이트 유료화 논란

 교육·게임·영화는 인터넷 ‘유료화’의 성공모델로 거론되곤 한다. 모바일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유료화가 당연시되고 있을 정도다. 이는 기존의 오프라인에서와 같이 유무선시장에서 유통되는 무형의 자산도 상품으로 인정하고, 제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유독 온라인음악은 유료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단 깃발은 꽂았으나 곳곳이 암초다. CJ미디어가 m.net 회원 10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서도 절반이 넘는 793명이 유료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로 유료화를 보는 네티즌의 시각은 곱지 않다. 워낙 오랫동안 무료가 정상적인 관행인양 서비스됐던 탓에 정상궤도 진입에 나름의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왜 유료인가=음악을 서비스하려면 기본적으로 음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해당 음반사로부터 사용허락을 받고, 그 대가로 이용료를 지불하도록 돼 있다. 서비스업체들이 네티즌에게 일정 금액을 받으려는 것도 결국은 음원 사용료를 지불하기 위해서다.

 이전에는 음원을 무단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굳이 네티즌에게 비용을 전가시킬 필요가 없었으나 서비스를 합법화하고, 음악 창작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료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서비스사업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물론 반대시각도 있다. 벅스뮤직의 경우 어떤 형태로건 음원 사용료를 지불하면 되는 것이지, 유료화만이 정답은 아니라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기는 쉽지 않다. 다만 그것이 네티즌에게 부과되건, 서비스사업자가 감당하건 중요한 것은 원저작물인 음악에 대한 상품가치를 인정하고, 새로운 상품이 꾸준히 양산될 수 있도록 종자돈이 유입돼야 한다는 점이다.

 ◇유료사이트 성적은=최근 몇몇 온라인음악서비스업체들이 유료화를 단행했다. 그러나 유료화를 택한 업체들의 성적은 기대를 밑돌고 있다.

 유료로 전환한 회원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A사 사장은 “차마 말 못하겠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B사 사장도 “한달이 넘게 유료화를 공지하며 네티즌을 설득했지만 돌아온 것은 항의와 비난뿐”이라며 “그래도 20∼30%는 유료로 전환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대 이하”라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인터넷 순위분석 사이트 코리안클릭(http://www.koreanclick.com)에 따르면, 유료화를 시작한 맥스MP3의 경우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7일 동안 방문자수와 페이지뷰가 각각 평균 436만명, 33만건에 달했으나 7월 6일부터 지금까지는 430만명, 23만건으로 급격히 줄었다. 푸키도 6월 1일부터 7일까지 일일평균 90만명 순방문자와 페이지뷰 1만9000건을 기록했으나 7월 6일부터는 87만명, 1만3000건으로 감소했다.

 이에 비해 벅스뮤직이나 소리바다, 뮤클캐스트, 눈비캐스트와 같은 무료사이트는 인기가 급상승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벅스뮤직은 6월 첫째주 순방문자수가 685만명이었으나 계속 늘어 7월 6일부터 평균 855만명으로 늘었는가 하면, 페이지뷰도 같은 기간 48만건에서 78만건으로 배가량 늘었다. 소리바다 역시 순방문자수와 페이지뷰가 각각 59만명, 1600건이었으나 7월 6일부터는 80만명, 1900건으로 올랐다. 순방문자수가 20만명을 약간 웃돌던 뮤클캐스트는 6월 마지막주 50만명, 7월 첫째주 63만명으로 늘어나며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뮤클캐스트는 또 다른 순위분석 사이트 랭키닷컴에서도 지난주보다 31계단이나 올라 784위에 랭크됐을 정도다.

 ◇향후 전망=유료화가 시작된 이후 회원들의 엑서더스 현상이 가시화 되고 있다. 무료사이트들이 유료로 전환하자 이용자들이 벅스뮤직과 같은 무료사이트를 찾아나선 것. 업계 전문가들도 “음악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대체제가 있는데, 누가 3000원을 내면서까지 유료사이트를 찾겠느냐”며 “‘소리바다1’의 서비스가 중단되자 곧이어 ‘소리바다2’가 나온 것처럼, 스트리밍에서도 무료사이트들이 독버섯처럼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네티즌 역시 여기에 동감하고 있다. 모두 공평하게 돈을 낸다면 망설이지 않고 유료서비스를 이용하겠지만,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네티즌 누구도 지갑을 열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기본적으로는 음악에 대한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 문제다. 이용자 대부분이 국내 음악의 질적 수준이 낮기 때문에 돈을 내고 들을 만한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얘기다. 네티즌이 돈을 지불한다면 오히려 음반사의 배만 불리고, 음악성이 없는 가수만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주장도 여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 음악사이트 운영회사들의 마케팅력 부족도 한몫을 하고 있다.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는 필수다.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사이트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껏 유료로 전환한 음악사이트의 경우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네티즌이 진정으로 요구하는 사항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CJ미디어가 m.net 회원 10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93명이 음악사이트 유료전환에 반대한다고 했으나 216명은 서비스가 개선된다면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또 사용중인 음악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된다면 547명이 서비스를 바꾸겠다고 답했으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의견도 392명에 달했다.

 아직은 유료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일부는 긍정적인 답변이다. 음질과 속도는 기본이고, 연예·음악정보를 비롯한 기타 부가서비스가 훌륭하다면 대가를 지불하고라도 유료사이트를 찾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곧이어 메이저 음반사는 물론, 음악 케이블채널들도 차별화된 부가서비스를 앞세워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어서 음악 유료화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장에 영향력이 있는 회사들이 진출할 경우 더욱 탄력을 얻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은 과도기라고 전제하고, 합리적인 가격과 양질의 서비스, 그리고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조만간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미국 온라인음악서비스 현황>

 국내에서는 음악서비스 유료화 논쟁이 한창인 것과 달리, 외국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일단 유료화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더구나 저작권문제가 해결되는 올 겨울쯤에는 온라인음악서비스들이 대거 등장할 전망이어서 디지털음악시장이 본격적인 팽창기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애플의 ‘i튠스 뮤직스토어’는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한곡당 99센트로 2주만에 200만곡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금도 주당 50만곡 가량씩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리슨닷컴의 경우 CD 버닝(burning)의 가격을 곡당 99센트에서 79센트로 내렸다. 거의 원가수준인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월 9.95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정액제는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MS도 애플의 ‘i튠스 뮤직스토어’와 차별화하기 위해 X박스를 통해 음악서비스에 접속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 외에 AOL도 자체 서비스에 음악 다운로드 판매를 포함시킬 계획. 이 회사는 지난 2월에 온라인음악서비스인 뮤직넷을 자사 서비스를 통해 배급하는 등 온라인음악사업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인터넷서점으로 유명한 아마존도 주총을 통해 온라인음악서비스시장에 출사표를 제출하겠다고 공표한 상태여서 온라인음악시장이 빠른 속도로 대중에게 다가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