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목표는 통신2강 진입’
LG가 지난 8일 하나로통신 이사회에서 유상증자안을 관철시키면서 하나로통신 경영권 인수에 바짝 다가섰다.
LG의 의도대로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가져오고 법정관리로 주인을 찾는 두루넷까지 넘겨받는다면 통신자회사 통합에 따른 경쟁력은 말 그대로 극대화될 수 있다. 데이콤·파워콤과 더불어 하나로통신·두루넷을 묶으면 전국 규모의 전화선과 케이블망을 모두 아우르는 유선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는 것이다.
여기다 비교적 외형은 작지만 LG텔레콤까지 가세할 경우 차세대 유무선통합 통신시장에서 전에 없는 잠재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지난 수년간 각각 독자영역에서 성장해왔던 유무선 통신시장이 최근들어 동반 정체기를 맞으면서 새로운 활로로 미래 유무선통합 시장이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LG그룹의 통신사업은 이제 첫 단추를 꿴 정도라는 게 안팎의 냉정한 평가다. 통신자회사 전반에 걸친 구조개혁과 막대한 추가투자라는 결코 쉽지 않은 숙제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LG의 구상=지난해 파워콤을 인수한 후에도 사실상 ‘통신전략의 실종’이라며 비판받아왔던 LG가 하나로통신 유상증자 결의를 계기로 오랜만에 ‘통신그룹’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만큼 스스로도 기대감을 내비치는 분위기다. LG 통신자회사 한 임원은 “사실 그동안 그룹을 보면 통신사업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면서 “통신자회사를 후발사업자로 마냥 방치하지만은 않겠다는 뜻인 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LG는 신임 정홍식 사장이 밝힌 대로 ‘통신자회사 통합’을 새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당장 데이콤·파워콤을 비롯, 경영권 확보에 한발짝 다가선 하나로통신이 직접적인 구조조정 대상이다. 하나로통신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통신사업의 전열을 가다듬으면 데이콤·파워콤까지 묶는 유선계 통합법인을 만든다는 게 LG의 복안.
통합법인은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기업통신(회선임대 등) △시설(시스템)관리·구축 등 크게 4가지 사업군으로 ‘헤쳐모여’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두루넷과 온세통신도 추가 합병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유무선 종합통신그룹을 지향한다는 전략이다.
LG가 내부적으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하나로통신·데이콤·파워콤·LG텔레콤이 각개약진할 경우 오는 2007년께 전체 매출은 8조여원 정도. 그러나 투자효율성과 영업시너지를 노릴 수 있는 통합법인은 10조7000억원까지도 가능하다는 예측이다. 5년내 통신2강에 진입할 수 있다는 계산은 이런 이유에서다.
◇과제=하지만 LG는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미래에도 ‘사람과 돈’이 문제다. LG는 최근 신임 정 사장과 하나로통신 윤창번 사장 내정자를 차기 대안으로 지목했지만 이들 CEO를 뒷받침할 조직정비가 선결과제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통신사업에 관여했던 전문가들이 상당수 이탈한 탓에 통신사업을 제대로 챙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서 “정 사장에게 일단 책임이 주어졌지만 관건은 조직의 전열을 경쟁력있게 갖출 수 있는지다”라고 고백했다.
자금조달도 큰 걱정거리다. 그룹에서 자체 수혈할 자금은 한계가 뚜렷해 결국 기대할 대목은 외자유치밖에 없는 셈이다. LG는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인수하더라도 통합법인 설립이나 이 과정에서 동반될 구조조정, 두루넷·온세통신 등 군소사업자 추가 합병을 위해 외자유치에 기약없이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 LG통신그룹이 조기에 제자리를 잡기 위해선 정책적인 지원을 받아야 하나 특혜 시비 논란을 빚을 수 있어 정통부가 얼마만큼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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