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의 자동차 세상](2)세계 자동차 시장 과연 공급과잉인가(2)

 지난번에 자동차 보유대수와 인구로만 나눈 계산으로 세계시장은 아직 성장 가능성이 많다고 했더니 여기저기서 이의를 제기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측면이고 아직은 개발도상국인 나라들이 큰 무리없이 경제발전이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말 그대로 ‘이상적인’ 얘기라는 것이다. 게다가 현 세계 경제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지표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공급과잉이라는 논리가 먹혀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공급과잉이라는 논리를 가장 자주 거론한 쪽은 미국 업체들이다. 80년대 중반 미국의 자동차업체 CEO들은 ‘10년 후에는 10대 메이커만 살아남는다’는 주장을 펴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시장은 포화상태고 공급은 넘쳐나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업체들은 사라진다는 것. 이 주장은 80년대 중반 이후 소리없이 사라졌다.

그보다 글로벌화의 급속한 진전에 따른 ‘규모의 경제’가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90년대 후반 세계 자동차업계에는 연간 4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메이커만 살아남는다는 논리가 등장했다. 실제로 98년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가 미국의 크라이슬러를 인수합병하면서 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은 합종연횡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그 결과 지금은 미국의 GM과 포드그룹,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BMW·폴크스바겐그룹, 프랑스의 PSA푸조시트로엥·르노닛산,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 정도가 나름대로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이탈리아 자동차의 대명사인 피아트는 지금 풍전등화의 신세가 돼 있다. 대략 10개 정도니 ‘10개 메이커’ 논리가 전혀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규모의 경제 논리가 곧 시장이 포화됐다는 주장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지금 세계 자동차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생산량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 유럽공장의 생산량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업체들도 미국 공장 건설은 물론이고 멕시코 등 다른 거점을 찾고 있다. 또한 동유럽 지역에의 현지 공장 건설도 상당수준에 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잠재시장인 중국은 지금 자동차 수요가 폭발해 공급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중국 당국은 기술력 확보 후 순차적으로 시장을 개방한다는 정책에서 후퇴해 50대 50 조인트 벤처 형식이라면 대부분 생산시설 건설을 허용하고 있다.

 이미 중국시장의 40% 이상을 점하고 있는 폴크스바겐은 물론이고 GM·푸조·크라이슬러·벤츠·BMW·도요타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업체가 중국에 생산시설을 확대하거나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현대자동차도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을 건설해 2005년부터 연간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가동하게 된다. 중국에서도 연간 30만대 생산을 목표로 작년부터 현지생산을 시작했으며 폴란드나 체코 등 동유럽에 30만대 규모의 유럽 거점 공장 건설을 위해 막바지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공급과잉으로 공멸할 수 있다고 울부짖으면서도 세계 자동차업체들은 생산시설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는 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