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인 권모씨(29)는 요즘 흑백 레이저 프린터 한대를 구입하려고 신중히 검토중이다. 권씨는 잉크젯 프린터가 있지만 업무상 원고 출력량이 많고 주로 흑백 문서 위주로 작업을 하다보니 유지비와 출력속도가 빠른 흑백 레이저 프린터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권씨의 마음을 흔든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저렴해진 가격. 권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레이저 프린터는 50만원 이상이었는데 요즘은 반값도 안되는 것을 보고 깜짝놀랐다”며 “아직도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하지만 살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권씨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처럼 최근 흑백 레이저 프린터가 대중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린터 제조사들이 시장을 확대시키기 위해 가격인하를 무기로 가정 수요를 집중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중인 보급형 흑백 레이저 프린터의 가격은 대부분 25만원 안팎. 이들 제품은 흑백문서만 출력하는 단점이 있지만 분당 16∼20장의 문서를 출력하면서도 잉크젯 프린터보다 유지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문서 출력량이 많은 회사에서 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유지비를 부담스러워하고 빠른 출력을 요구하고 있는 일반 개인들이 레이저 프린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던 터라 얼마만큼 대중화가 빨리 일어날 지 주목되고 있다.
국내 최대의 레이저 프린터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이같은 작업의 일환으로 ML-1710<사진1> 모델을 지난 3∼4월 특별보상 판매했던 가격수준 그대로 20만원 중반대에 책정했다. 잉크젯 프린터로 출력을 많이 하는 학생 수요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술혁신과 대량생산을 통해 이제는 흑백 레이저 프린터도 가정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게 됐다”며 “잉크젯 프린터만한 크기에 빠른 출력, 저렴한 유지비를 지원하는 레이저 프린터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무기기 전문업체인 신도리코도 블랙풋 레이저 프린터<사진2>를 25만원선에 내놓고 마케팅 전략을 일반 소비자에게 집중시키고 있다. 기업용이란 브랜드 성격을 탈피하는 동시에 기업시장에 머무르고 있는 흑백 레이저 프린터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신도리코도 일반 소비자들에게 흑백 레이저 프린터가 이제 가정에서도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례적으로 오는 8∼9월에 게임대회를 후원하는 한편 구매자에게 상품을 제공하는 등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촉행사를 집중 집행하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