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18)천안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을 찾아

 8일 오후 2시 천안의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 2층 교육실에서는 경상대 최상현 교수가 공공서비스 혁신을 위한 업무프로세스 재설계에 관한 내용으로 강의중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교육생들이 모두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교육원생은 총 35명. 모두 중남미에서 선발돼 왔다. 이들은 지난 1일부터 8주간 전자정부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한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멕시코의 정보통신부에서 테크놀로지 컨설턴트로 근무중인 히셀라씨(27)는 “한국의 전자정부 구축현황과 정보기술(IT)인프라를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멕시코에 돌아가면 한국의 전자정부를 노하우를 멕시코 실정에 맞게 접목할 수 있도록 시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육과정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해외 IT전문가 중장기 양성방안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전자정부 구축작업에 이제 막 착수한 중남미가 그 첫번째 대상이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중남미 국가들에 공문을 보내 IT관련 부서의 실무진급으로 우수인력을 선발했다. 이렇게 35명의 교육생이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들은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들은 또 한국에서 무엇을 얻으려 할까. 교육생 모두가 IT 유관부서에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뭇 궁금했다.

 파나마 정보통신부 소속으로 네트워크 엔지니어로 근무중인 알멧씨(22)는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등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돼 확실하진 않지만 한국의 전자정부는 생활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다. 파나마는 1년 전에 전자정부 구축에 착수했다. 한국이 부럽다”고 했다.

 파라과이 전자정부위원회의 멤버인 오스발도씨(47)는 한국 IT전문가들에 대한 부러움을 나타냈다. 그는 “파라과이도 다른 중남미 국가들처럼 최근 전자정부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국가 차원에서 전자정부 구축에 4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자정부를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를 몰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자정부나 IT관련 전문가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자정부 교육과정도 없다. 이에 비해 한국은 IT전문가들의 인력층이 탄탄하다. 이번에 한국에서 배운 지식은 파라과이 전자정부 구축에 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파나마 기술대학의 교수 겸 네트워크 엔지니어인 페르난도씨(44)는 한국의 IT인프라에 대해 “미래지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교육을 통해 “전자정부 구현에는 자금과 함께 IT리더가 절실하다는 점을 느꼈다”며 “한국의 현황은 기대 이상”이라고 치켜세웠다.

 역으로 이들을 통해 중남미 국가들의 전자정부 구축현황도 엿볼 수 있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국제기획부 진상기씨는 “중남미는 최근 전자정부 구축은 물론 IT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려 빈부의 격차를 줄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교육에 참석한 교육생은 중남미 IT 전문가들로 국가정보화를 주도하는 그룹이다. 이같은 교육은 중남미에 친한국적인 IT인프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생들은 전자정부 컨설턴트 과정 외에도 한국 문화와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종종 갖는다. 이번 커리큘럼에는 안동과 경주의 문화 투어가 잡혀있다. 한국어 교육과 한국의 전통무술인 택견도 배운다. 다음달에는 대덕연구단지와 대전 엑스포놀이공원 등 한국의 IT수준과 놀이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장도 마련된다.

 한국에 온 지 갓 일주일밖에 안됐지만 몇몇 교육생은 복도에서 만나면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또렷하게 인사를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에게 오스발도씨는 “사랑해요, 한국. 고맙습니다”라며 유창하게 한국말을 했다.

 이들은 앞으로 중남미의 IT정책을 실현할 주인공이다. 이들이 한국의 IT정책과 문화에 친숙해지고 있다. 이번 교육은 한국 IT세계화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김재섭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장>

 “정보통신부 및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정보화교육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정보통신 일등국가 건설을 위해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장 김재섭 이사관은 “공공기관의 IT교육 훈련모형을 개발하고 중앙부처 간부 대상의 IT교육과정 개설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홈페이지를 통해 6시그마 특강 등 양질의 콘텐츠를 현업에 전달,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에 위치한 정보통신공무원연구원은 총 153개 과정으로 연간 3만명이 넘는 공무원들에게 정보통신교육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부 인력을 중심으로 교육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타 부처와 민간인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김 원장은 “지역사회 정보화에 기여하기 위해 휴강기간에는 주민·보육원생 등을 대상으로 무료 컴퓨터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며 “교육의 혜택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보통신업무의 주력사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역량과정을 개발하고 강화할 것”이라며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을 한국 정부의 정보화 요람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순영 한국정보문화진흥원 국제협력센터장>

 최순영 한국정보문화진흥원 국제협력센터장은 요즘 외국인 대상의 ‘해외 IT전문가 중장기 양성’ 프로젝트 때문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난달 30일 1차로 중남미 교육생 35명이 입국한 데 이어 국가 CIO들까지 한국의 전자정부와 IT인프라를 배우기 위해 방한했기 때문이다.

 최 센터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IT코리아의 위상을 제고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문화적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IT분야에 한국친화적인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해 “국제 정보격차 해소를 통해 IT강국 한국을 널리 홍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그는 “이번 교육은 한국의 IT강국 이미지를 높이고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20여개국 대상의 교육사업으로 인적 네트워크 구성을 통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최대 4500만달러의 수출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 외국인 대상 교육사업을 예산낭비라고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 “외국인 1인당 교육 지원비용은 200만원 선이지만 이에 따른 효과는 투자비용의 100배가 넘을 것”이라며 “앞으로 5∼6년만 개도국을 대상으로 외국인 IT교육을 지속하면 투자비용의 수천배에 이르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