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아 국가적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서 과학적 사고와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기술직의 기용을 확대하는 것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이 ‘후진타오 체제’ 출범 이후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을 이공계 출신으로 채운 것이 이를 방증한다.
과학기술자문회의가 마련한 이번 개선안 역시 과학기술중심사회 조기 구현을 통해 국민소득 2만달러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이공계 출신 정책입안자의 역할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인식한 결과다.
최재익 과기자문회의 사무처장은 “그동안 ‘기술직 우대’라는 피상적이고 추상적인 방법으로 접근,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이번엔 법령개정 등 실질적 접근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류체계 개편=개선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공직분류체계의 전면 개편과 기술직·행정직 등 직급의 통합이다. 우선 부처조직 중심으로 세분화된 기술직 분류체계를 8직군, 38직렬에서 5개 직군, 15개 직렬로 통폐합한다는 것이다. 행정직의 경우 현재 1직군, 12직렬 체제이며 4급부터 단일 직급으로 통합돼 있다. 따라서 조직내에서 여러 직렬이 승진이나 보직 경쟁을 할 때 자연히 기술직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
정책결정 직위인 4급 이상 공무원의 직급통합도 추진된다. 정부는 특히 정책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위직으로 갈수록 직급통합을 확대, 2급 이상은 단일 직급화할 방침이다. ‘공업이사관’이나 ‘공업서기관’과 같은 직급앞에 붙는 꼬리표를 떼어버리겠다는 것이다.
◇기술직 임용확대=기술직의 상대적 비중확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재 중앙부처 공무원 중 기술직의 비중은 3분의 1도 채 안되는 수준이다.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2002년말 현재 중앙 공무원 8만8074명 중 기술직은 24.7%(2만1733명)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해 1급직은 단 6명에 불과하다.
이는 무엇보다 기술고시 채용규모가 작은데다 각 부처가 기술직 TO책정에 인색하기 때문. 정부는 이에 따라 특채, 개방형, 계약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수 기술직 기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5급 이상 신규 채용자 중 이공계 전공자를 50% 이상 충당하는 한편 자격이나 학위에 의한 기술직 채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4급 이상 기술직 출신비율도 각 부처 장관이 중앙인사위원회에 협의해 운영토록 하되 중앙부처나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최소한 30% 이상을 유지토록 규정할 방침이다. 주로 행정직 임용기관으로 인식돼온 일부 부처의 경우는 복수직위제를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고시제도 수술=현재 이공계 출신의 공직사회 진출의 대표 창구인 기술고시 제도의 개편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따라 우선 기술고시 체제 및 시험과목을 바꿔 2005년부터 1차시험을 공직적성평가(PSAT)로 대체하고 2차시험 과목에 행정법·행정학·정책학 등을 신설할 계획이다. 정부는 나아가 기술고시와 행정고시를 아예 명칭을 통일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결과에 따라 ‘기술고시’라는 말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게 됐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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