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백우현 LG전자 사장(6)

 나는 방송국과 제휴협력해 디지털방송 저변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LG전자는 KBS, SBS에 디지털방송 프로그램 제작비를 지원하는 외에 미국의 PBS, 한국의 스카이라이프와는 데이터 방송 관련 포괄적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이 추진중인 셋톱박스(STB)사업에서 미국 최대 위성방송 서비스 업체인 디렉TV에 HD급 STB를 납품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기술력을 인정한 디렉TV의 추천으로 미국 백악관에 우리의 제품을 설치하기도 했다.

 디지털TV사업과 관련한 많은 중요한 결정 가운데에서 떠오르는 또다른 일화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PDP사업화 과정이다.

 나는 이른바 LTCC-M(Low Temperature Cofired Ceramic on Metal)을 이용한 신생산공법을 주장하는 연구원들과 견해가 달라 결정을 내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심사숙고 끝에 생산라인 적용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오랜 기간 매달려온 연구원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다. 몇 차례에 걸친 격렬한 논쟁끝에 LTCC-M 개발을 보류하고 신기술 개발에 연구원들을 전환 배치, 1년 만에 원가경쟁력을 갖춘 고성능 PDP를 출시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 시장점유율이 12%로 급부상, 이젠 24시간 생산라인을 가동해도 미처 주문량을 대기에도 어려워 라인증설을 서두르고 있을 정도다. 당시에는 어려운 결정이었으나, PDP의 사업 성과에 호조를 띠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후회없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디지털TV 시장의 성장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됐고 끝없는 방송방식 논란 등으로 디지털TV의 개발·사업화 주역으로서 말 못할 고충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디지털TV의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으며, LG전자를 포함한 국내 기업의 브랜드 가치에도 디지털TV가 좋은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사업 성과는 향후 단기간 내에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본다.

 한국의 전송방식 논쟁과 관련해서는 어느 방식이 좋은가 하는 이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앞선 기술력과 현재의 모멘텀을 활용해 전세계 디지털TV 시장을 선점하고 국가 차원에서 수출 확대를 위한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집중 육성하는 것이 선진국으로의 도약 및 실업문제 해결의 초석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디지털TV 활성화와 더불어 2004년 실시 예정인 차세대 이동 멀티미디어 방송 서비스인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가 활성화되면, 디지털 방송 산업에서 한국이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 이제부터는 디지털TV 저변 확대에 필요한 HD급 방송 콘텐츠 확대 등 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업 및 국가가 일체화돼 전력투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