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PC업체인 현대멀티캡과 로직스컴퓨터가 이르면 다음달부터 이색적인 ‘동거’에 들어가 관심을 끌고 있다.
로직스컴퓨터는 회사경비 절감차원에서 현재 용산 전자월드빌딩에 위치한 본사와 계열사인 로직스정보기술, 안산 물류자재센터를 성남시에 위치한 현대멀티캡 사옥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현재 입주조건에 대한 최종협상이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로직스컴퓨터는 다음달말까지 성남으로 이전 작업을 마무리지을 방침인데 결국 한지붕 아래 두개의 PC업체가 함께 지내는 기묘한 상황전개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직스컴퓨터가 새로 보금자리를 마련할 현대멀티캡 사옥은 지난 2000년 준공된 최신 3층 건물이며 1층은 물류센터, 2층은 PC생산라인, 3층은 사무실로 설계돼 PC제조업체에 이상적인 환경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옥이전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로직스측은 비싼 사무실 임대비부담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고 본사가 용산유통시장에 너무 인접해 각종 루머에 오르내리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멀티캡은 자체 생산라인 가동률이 30%대로 떨어지고 구조조정으로 직원수도 120명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건물 내 남아도는 물류창고와 사무실 공간을 외부업체에 임대해주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주변에선 두 회사가 살림살이를 줄이기 위해 한 건물에 입주하지만 향후 PC사업과 관련해 양사간 부품조달, 마케팅부문에서 상호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양사가 PC부품을 함께 주문할 경우 구매력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로직스가 취급하는 모니터, HDD, 키보드, 스피커, 마우스 등 주변기기를 현대멀티캡에 독점공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로직스컴퓨터가 아웃소싱해온 PC생산부문을 장기적으로 현대멀티캡에 위탁할 가능성도 예견된다.
로직스컴퓨터의 한 관계자는 “사옥이전과 관련 두 회사가 합병한다는 일부 오해를 사고 있지만 이는 건물임대차에 따른 한시적 ‘동거’일 뿐이지 ‘결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로직스컴퓨터와 현대멀티캡 두 회사가 한지붕 아래 지내면서 상호 윈윈하는 협력사례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