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 me]모티즌 손끝에서 대박은 쏟아진다

‘뜨고 싶으면 모티즌에게 물어봐.’

 신세대 직장인 박성주씨(25)는 안부인사에서 약속장소 시간의 결정 및 변경, 간단한 업무에 이르기까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한다. 그 때문인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다가, 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엄지 손가락을 쉬지 않고 놀린다.

 이같은 풍속은 새삼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요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 젊은이들을 보면 이른바 작은 창을 들여다 보느라 길을 잃을 정도다. 교통정보나 날씨 확인은 물론 카메라폰으로 사진찍어 바로 메일을 보내는 일은 이제는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상이 돼 버렸다. 모바일 기기의 대명사 휴대폰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집단을 ‘모티즌’이라 부를 만큼 모바일은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영화·드라마·콘서트 등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의 모티즌의 파워는 실로 엄청나다. 각종 문화상품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공개되기 전에 모티즌에게 미리 선보임으로써 그 가능성을 사전에 점쳐 보거나 그들의 입소문을 활용해 더욱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기법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은 모티즌의 힘을 겨냥한 마케팅이다.

 최근 대박을 터뜨린 영화 ‘장화, 홍련’은 개봉 2주전부터 SK텔레콤 멀티미디어 서비스 ‘준’을 통해 20분 분량의 하이라이트가 소개됐다. 이를 통해 ‘장화, 홍련’이 당초 목표한 150만을 넘어선 ‘장외 홈런’을 기록한 것은 그들의 힘이 어느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장화, 홍련’의 성공에 힘입은 때문인지 멀티미디어 모바일 서비스를 준비중인 영화가 점점 늘고 있다. 현재 ‘준’을 통해 예고편을 준비중인 작품은 무려 6∼7편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11일 개봉한 영화 ‘싱글즈’도 12분 분량으로 편집돼 모티즌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화사 봄의 한 관계자는 “영화사마다 모티즌을 겨냥한 마케팅 전담팀 구성에 난리”라면서 “장화, 홍련의 마케팅 성공을 계기로 모티즌을 대상으로 한 영화 마케팅이 앞으로 큰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티즌을 겨냥한 방송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KBS측은 최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보디가드’와 ‘여름향기’를 첫 방송 5일 전부터 모바일을 통해 회당 10분 내외로 편집한 압축분을 내보냈다. 모티즌들은 그래서 지상파 방송을 5일가량 먼저 맛볼 수 있는 ‘특혜’를 누렸다. SBS측도 톱스타 김희선과 고수를 내세운 ‘요조숙녀’를 모티즌에게 먼저 감상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모티즌을 대상으로 한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원조는 가수 김지현의 세미누드 동영상이다. 지난 5월 준을 통해 선보인 김지현의 누드 동영상은 모바일로만 약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단기간에 1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모바일 동영상 콘텐츠는 ‘세미누드’가 처음이다. 연예인 누드열풍의 테이프를 끊었던 성현아 누드이미지와 최근의 권민중 이미지도 ‘준’과 KTF 의 ‘핌’을 통해 서비스됐다. ‘핌’은 현재 부천국제영화제 출품작 예고편을 선보이고 있으며 조만간 편집분이 아닌 약 2시간 분량의 영화 전편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모두 모티즌의 거대한 힘을 의식한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에는 드라마나 영화의 맛보기 수준에서 아예 모바일 엔터테이너를 내세우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열린 사고로 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은 새로운 미디어인 인터넷과 모바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엔터테이너. 그는 SK텔레콤과 협력해 ‘노을’이란 제1호 모바일 가수를 탄생시킨데 이어 최근에는 제2의 모바일 가수 ‘한나’를 창조해 냈다.

 모티즌의 힘은 모바일 서비스 환경에서 비롯되고 있다. MPEG4 기반의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와 동영상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단말기들이 토대를 갖추면서 엄청난 파급력을 나타내고 있다. 그들의 성향은 또 당당히 요구하고 상응한 대가를 지불하는 데 익숙해 있다. 무료에 길들여진 네티즌들과는 일정한 선을 유지하려 한다.

 SK텔레콤 변성준 과장은 “모바일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잠재력을 보면 말로 형언 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하기 때문에 모티즌의 영향력과 파괴력은 갈수록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모바일 멀티미디어 서비스인 ‘준’과 ‘핌’ 이용자(단말기보유자 기준)는 대략 70만∼80만 정도. 전체 휴대폰 가입자 3300만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지만 변화하는 트렌드에 민감한 신세대 소비자층의 특성을 감안하면 가입자수는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언제 어디서나, 눈치 볼 필요없이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는 모티즌. 그들의 파워가 조만간 일반 네티즌 수준으로까지 확대될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