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보호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IT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 HP·노키아·시스코·유니시스 등 세계 유수의 다국적 IT기업들이 국내 지사를 통해 국내외 정보보호 전문업체와의 협력을 이끌어내면서 국내 정보보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 다국적기업 중 일부는 제품출시나 영업강화뿐 아니라 그동안 국내 정보보호 시장에서 토종업체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K4 등의 인증을 무역장벽이라고 규정, 외교채널을 통한 제도개선 요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정보보호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IT기업 가운데는 정보보호의 핵심인 네트워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 업체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휴대폰 업체로 알려진 노키아는 최근 정보보호 솔루션 발표회를 갖고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노키아는 국내 시장에서 기업용 방화벽과 백신 기능을 포함한 기업용 콘텐츠 보안 솔루션사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솔루션 발표회를 위해 방한한 제프 라츠라프 노키아 아태지역 총괄 마케팅 이사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인터넷 환경이 앞서가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상대적으로 성능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시장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코는 자사의 모든 제품에 네트워크 정보보호 기능을 포함시킨다는 ‘임베디드 보안’이라는 전략을 수립하고 이미 몇몇 라우터 제품에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가상사설망(VPN) 기능을 추가했다.
IBM·HP·유니시스 등의 하드웨어 업체들은 서버판매를 통한 부가사업으로 상대적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정보보호 솔루션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IBM은 펜타시큐리티·시큐브·쓰리알소프트·케이사인 등 6개 정보보호 전문업체와 제휴를 맺고 PKI·IDS·서버보안·무선랜보안·백업·메일보안 등 다양한 정보보호 솔루션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HP는 세계 하이엔드 방화벽 시장의 선도업체인 시큐어컴퓨팅과 손잡고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으며, 유니시스는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5대 주요 솔루션사업 가운데 하나로 정보보호를 꼽았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공룡인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솔루션파트너(MSP)’라는 국내 협력업체를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인젠과 이니텍 등 국내 정보보호 업체를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안철수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장은 “현재 국내 정보보호 업계는 외국 정보보호 전문업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중대형 서버·네트워크 등 더 큰 규모의 글로벌 업체들이 국내 정보보호 시장을 노리고 있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