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들 돈 가뭄에 목탄다

 벤처투자조합 결성이 부진해짐에 따라 벤처산업계에 투자될 것으로 기대되던 자금줄이 말라버렸다. 지난 5월까지도 전무했던 창업투자조합 결성은 6월 들어 ‘새롬2호투자조합’이 결성되면서 그나마 체면을 살렸을 정도였다. 벤처수혈을 위한 조합결성은 사실상 전적으로 하반기에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펀드결성 부진배경=코스닥시장의 지속적인 침체로 기존 조합의 수익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기관들이 추가적인 조합결성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기관 등 기관투자가들은 99년 하반기 이후 뒤늦게 출자에 참여해 기존 조합의 수익률이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펀드담당자들도 5년 이상의 펀드 운영기간을 감안할 경우 현실적으로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시 결성된 조합의 수익률이 높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단기적인 시각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여기에 민간 출자자인 국민연금측은 올해 1545억원의 신규 벤처투자에산을 마련키로 했으나 미온적인 출자계획으로 전환, 아직도 세부투자계획을 잡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다.

 국민연금측은 “지난해 벤처투자 예산 910억원 가운데 올해로 이월된 455억원의 기존 예산도 절반 가량밖에 집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가 신규 출자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박병건 투자전략 운용역은 “신규 투자계획을 세우기에는 아직 부담이 있다”며 “투자 타이밍이 나쁘지는 않지만 향후 경기상황을 봐가면서 출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조합결성 전망=올해 총 1400억원의 기금출자를 계획했던 중기청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기청은 이미 상반기에 창투조합 결성 수요조사를 통해 에이엘아이벤처3호 투자조합 등 8개 조합에 348억원을 출자키로 확정한 상태다.

 이들 조합의 결성규모는 총 970억원으로 상반기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적인 창투조합 결성규모는 1070억원에 달한다. 또 벤처캐피털 산업의 글로벌 스탠더드화를 겨냥한 신규 펀드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미 330억원의 기금출자가 결정된 일신창투의 글로벌스타펀드(1200억원)와 유한회사 펀드(300억원)를 비롯해 이달중 600억원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 결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기청은 예상대로 조합이 결성된다면 지난해보다는 못하지만 하반기에 총 3000억원 규모의 펀드 자금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벤처업계 반응=하반기에도 신규 투자재원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쓰러지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5년째 대덕밸리에서 보안솔루션을 개발·판매하고 있는 B사 사장은 “지금까지 이런 돈가뭄은 처음 겪어본다”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하반기에도 자금이 돌지 않는다면 정말 회사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후 2년차인 영어교육솔루션 업체인 E사 사장도 “수차례 창투사를 접촉했지만 이제는 거의 포기한 상태”라며 “과거 벤처육성정책을 펼쳤던 정부가 최근 들어 ‘나몰라라’하는 식으로 돌아선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적인 투자 재원조성 대책마련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