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아바타프로그램 개발한 오영준 학생

 “저와 같이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숭실대 컴퓨터구조연구실의 오영준씨(29)는 최근 ‘수화하는 아바타’를 개발해 다음달 하계 학위 수여식에서 석사 학위를 받는다.

 청각장애로 하고 싶은 일이나 학업을 멈추기 싫었던 오영준씨. 그는 자신과 똑같은 문제 때문에 꿈을 접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학업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 99년 서울기능대학 정보기술학과를 졸업한 그는 성공회대 정보통신학과에서 프로그래머로 꿈을 키웠다.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공부는 오로지 책을 열심히 보며 실습해 보는 길뿐이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의 학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성공회대를 졸업한 그는 다시 대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여러 학교에 원서를 제출했지만 교수들은 청각장애 학생을 지도하는 데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숭실대 장훈 교수의 컴퓨터구조연구실에서 그의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메신저가 일상화되면서 교수님은 물론 다른 학생들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며 학업을 계속했습니다.”

 메신저가 학업과 의사소통의 수단이 됐던 그는 글을 입력하면 아바타가 수화로 표현해주는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여기서 얻었다.

 “졸업 논문으로 뭘 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고 단어와 수화 표현을 연결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 수화를 표현하는 아바타의 섬세한 손동작 구현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그는 본인이 생활하면서 꼭 필요했던 한글 단어와 문장을 직접 수화로 변환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오씨는 한글뿐만 아니라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을 돕는 영어 변환 수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그의 바람은 이 프로그램이 수화를 몰라 의사 전달에 어려움을 겪는 일반인과 청각장애인들에게 수화 동작을 익힐 수 있는 교육 미디어로 활용되는 것이다. 또 공공기관이나 교육기관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정보서비스로 이 프로그램이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는 “이 기술이 음성을 수화로 통역하는 시스템과 나아가 수화를 하는 로봇 연구에 활용됐으면 한다”며 “졸업 후에도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분야를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