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품 가격대 천차만별

 무리한 ‘가전 특소세 프로모션’이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정부가 에어컨·프로젝션TV·PDP TV 등의 특소세를 전격 인하하자 가전과 유통업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종전보다 인하된 가격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업체별로 인하율은 물론 같은 제품에서도 가격대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집계돼 과연 정상가격이 얼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소세 발표를 계기로 유통채널별 혹은 상품모델 대비 가격비교 분석이 상대적으로 약한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눈 가리고 아웅’식의 가격인하가 아니냐는 시각이 짙다. 여기에 무리한 가격인하 프로모션으로 출혈경쟁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미 발표된 바와 같이 가전부문의 특소세 인하율은 미미하다. 에어컨은 현행 20%에서 16%로 4%포인트, 프로젝션TV는 10%에서 8%로 2%포인트, PDP TV는 현행 1%에서 고작 0.8%로 0.2%포인트 인하됐을 뿐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소매유통업체별로 할인율은 평균 7∼8%대에 달하며 일부는 10%에 이르는 상황이다.

 하이마트는 ‘특소세 인하가보다 더 깎아준다’는 프로모션을 시작하며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다. 일부 모델은 최저 5%에서 최고 10%까지 할인해 주고 있다. 13평형 대우 에어컨이 기존보다 9.5%로 인하된 79만원에, 삼성 프로젝션TV 52인치는 9.5% 할인된 36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전자랜드도 평균 6%대로 가격을 낮게 책정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15평형 에어컨이 174만원에, 삼성 50인치 PDP TV와 삼성 47인치 프로젝션TV도 각각 5%, 6% 할인된 1060만원, 310만원으로 가격을 낮춘 상황이다.

 테크노마트도 지난 12일부터 ‘특소세 인하 기념 세일전’을 열고 에어컨은 평균 5∼8%, 프로젝션TV는 2∼5%, PDP TV는 0.1∼0.8%를 깎아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인하율을 보면 정부에서 제시한 인하율보다도 턱없이 높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 같은 상품임에도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어서 일부 품목을 미끼상품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인데 이를 확대해서 마치 모든 품목이 큰 폭으로 할인된 것처럼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실례로 삼성 에어컨 하우젠 15평형은 전자랜드에서 인하된 가격으로 174만원인 데 비해 테크노마트에서는 15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삼성 50인치 PDP TV의 경우 테크노마트에서는 898만원인데 반해 전자랜드에서는 풀 옵션 기준으로 1060만원의 소비자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가격대는 가전 메이커와 비교하면 할인율의 기준이 무려 4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대우는 13평형 에어컨을 121만8000원에 할인해 주고 있지만 하이마트에서는 똑같은 모델을 무려 이보다 40여만원 싼 79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LG전자 15평형 에어컨도 LG전자 메이커는 169만3000원인 데 비해 테크노마트는 137만원에 선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같은 모델이라도 유통채널별로 옵션과 기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가격만을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며 “하지만 특소세 발표를 계기로 일부업체에서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무리한 프로모션을 시작하면서 출혈경쟁을 빚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