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9개월이나 키워 왔던 캐릭터와 펫(애완동물)이 몽땅 없어졌어요. 너무 그리워요.”
“스톤에이지는 그냥 게임이 아니였답니다. 삶의 일부로까지 받아들였는데…. 스톤에이지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요.”
온라인게임 ‘스톤에이지’ 서비스가 갑자기 종료되면서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스톤에이지 개발업체인 일본 디지파크가 최근 파트너사를 바꾸면서 일어난 일이다. 원래 서비스업체였던 이니엄(대표 최요철)은 스톤에이지 서비스를 지난 5일 중단했다.
스톤에이지는 넷마블을 통해 조만간 서비스될 예정이지만 전혀 다른 업체에서 서비스하기 때문에 기존 유저들의 계정은 무용지물이 된다. 게이머들이 그동안 키워 왔던 캐릭터와 친구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어떤 보상과 대책은 없다. 물론 현행 게임사와 게이머의 약관상 게이머가 보호받을 수 있는 근거도 없다.
만약 온라인게임 ‘리니지’나 ‘뮤’ 같이 수백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게임에서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특히 이들 게임의 아이템이 수백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하며 거래되고 있어 사건이 발생할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템 현금거래에 합법화 논쟁이 진행되는 요즘 게임업체가 아닌 게이머들만의 피해가 불가피한 스톤에이지 사태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사건 경과=94년 개발된 ‘바람의 나라’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게임사업이 시작된 지 10년이 다 돼 가지만 서비스업체가 바뀌면서 게임계정이 없어지고 유저들이 캐릭터 등을 한꺼번에 잃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니엄이 지난 3년간 서비스해온 스톤에이지는 누적회원수 100만명, 동시접속자 5000명, 유료회원수 최고 2만5000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에 서비스업체가 이니엄에서 넷마블로 넘어가면서 이러한 기록들은 모두 초기화될 예정이다. 넷마블이 스톤에이지 초기 버전부터 서비스에 나설 계획인 데다 이니엄으로부터 고객 DB를 받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니엄 역시 서비스 판권을 놓친 상황에서 게임을 중단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동안 고객 DB는 자체적으로 보관할 예정이다.
◇역할은 중요하지만 보호대상은 아닌 게이머=온라인게임에서는 게임사가 개발한 게임 스토리와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온라인게임에서 게이머가 없으면 게임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온라인게임에서 게이머의 역할은 영화를 찍을 때 배우들처럼 게임에서 일정한 역할을 분담하고 있지만 영화에서의 배우들과 같이 저작권법상 실연자(연기자)로서 권리와 같은 보호를 받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약관 등을 통해 게이머와 게임사의 관계를 재조정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부산 지방법원 윤웅기 판사는 “현재 온라인게임업체들과 게이머들 사이에는 법적 권리관계가 정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고 보호받을 법적 근거도 미비하다”고 말했다.
온라인게임산업연합회 최승훈 사무국장은 “이번 문제는 아직 근거할 만한 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온라인게임상에서 언제든 발생 가능한 문제인 만큼 법적인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약관 재검토해야=특히 이번 문제는 현재 5000억대 규모까지 성장한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문제와도 연결, 생각해볼 수 있다. 대다수의 온라인게임업체들이 이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지만 약관을 통해서 아이템 현금거래를 금지함으로써 이에 대한 책임에서는 벗어나고 있다.
결국 문제 발생시 게이머들만 책임을 지는 현재 온라인게임 관행 속에서 아이템 현금거래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아이템 현금거래가 양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희대학교 김윤명 법학 연구원은 “이러한 문제들을 법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우며 결국 게이머와 게임사간 약관을 통해 게이머가 보호받아야 하는데 온라인게임분야에는 아직 표준약관조차 없는 실정”이라면서 “공정거래위원회나 게임개발원에서 표준약관을 만들어 게이머들의 보상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