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업체 두루넷의 기업매각 공개입찰 인수의향서 접수마감이 15일로 다가온 가운데 유선업체간의 인수경쟁이 물밑에서 뜨겁게 펼쳐질 전망이다.
접수마감 하루전인 14일까지 LG계열사인 데이콤과 LG그룹에 편입될 예정인 하나로통신 2개 회사만이 공식적으로 접수의사를 밝혔지만 KT도 여전히 두루넷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유선사업자들의 인수경쟁은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는 다음달 25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데이콤, 하나로 입찰 참여 선언, KT는 관망=14일 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은 각각 인수의향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하나로통신의 LG그룹 편입이 8월초 하나로통신의 임시주총에 가서야 확정되기 때문에 일단 각자 인수의향서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데이콤 관계자는 “일단 양사가 각자 두루넷 기업실사에 참여하는 등 인수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에 둘 다 인수의향서를 내는 것”이라며 “다음달 25일로 잡힌 공개입찰까지 시일이 남아있어 그동안 양사가 조율작업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하나로통신 임시주총에서 5000억원 유상증자안을 통과시키면 사실상 LG그룹 산하에 두 회사가 들어오기 때문에 공개입찰 이전에 정홍식 통신사업 총괄사장이 교통정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에선 그러나 하나로와 데이콤이 개별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단독입찰을 이유로 유찰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루넷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입장공개를 꺼려온 KT는 일단 15일 인수의향서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상 15일 이후에라도 8월 25일 입찰일 이전에는 의향서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기 때문에 KT는 뒤늦게라도 발을 들일 수 있는 입장이다.
KT측은 유선시장의 독과점 시비에 휘말릴 경우 실익이 없다는 판단으로 두루넷 인수에 쉽사리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LG그룹의 자금난과 시장의 구조조정 요구, HFC망 가입자 확보차원에서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인수에 참여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시장의 관측이다.
◇인수전 전망=현재로선 LG가 두루넷의 다음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으나 속단할 수 없다. 그룹내 통신사업자간 구조조정에서 2조원에 가까운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LG그룹으로선 자금난으로 두루넷 인수건이 지지부진해질 경우 SK텔레콤이 신세기이동통신을 인수한 경우와 같이 KT의 조건부 인수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졌다.
특히 데이콤 등은 지난해 자산부채 인수(P&A) 방식으로 부채를 떠안아가는 인수논의때와 달리 제3자 유상증자방식의 M&A로 인수해야 해 자금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두루넷 인수전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마무리되는 8월말까지 향배를 속단할 수 없는 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진로가 불투명해졌던 두루넷으로선 뜨거운 인수경쟁이 반갑기만 하다. 두루넷측은 “통신·방송 통합서비스가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유선시장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두루넷이 보유한 케이블망 기반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130만명의 의미가 시장에서 부각됐으며 지난해와 같이 채권단의 입장을 조율할 필요가 없어 매각작업이 수월히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루넷 공개입찰은 15일 인수의향서 접수에 이어 접수업체가 28일부터 내달 14일까지 주간사의 실사자료를 열람한 뒤 다음달 25일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이후 상세실사와 실무협상을 거쳐 10월초 최종 인수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