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발행되고 있는 상품권 종류만 해도 300여종. 지난해 상품권시장 매출총액만 해도 4조원 이상으로 추정될 정도로 상품권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명절때마다 ‘받고 싶은 선물’ 상위권에 상품권이 거론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시장규모가 확대되는 상품권 시장에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신용카드사가 발행하는 ‘기프트카드’의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선물용 선불카드 개념인 기프트카드는 정해진 금액만큼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편리함을 갖고 있다. 발행처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기존 상품권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는 셈이다.
◇현황=삼성카드가 지난해 1월 처음으로 기프트카드를 선보인 이후 LG카드, 현대카드가 뒤이어 출시했다. 지난 6월에는 국민카드, 비씨카드도 기프트카드를 내놓았다. 특히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중순까지는 우리카드를 필두로 조흥, 기업, 농협, 제일은행 등 10개 은행카드가 잇달아 첫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는 각 은행에서도 편리하게 기프트카드를 구매할 수 있어 일반 고객에 대한 노출빈도가 높아지며 관심도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프트카드가 인기를 끄는 것은 신용카드가 사용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살 수 있는 다양한 사용처를 갖고 있는데다 직접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원격지에서 환불할 수 있는 등 상품권과는 다른 편리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프트카드 발급도 크게 늘고 있다. 국내에서 기프트카드를 처음 선보였던 삼성카드는 지난해 한해 동안 약 39만4013장의 카드를 발급했다. 올해 상반기 동안 발급한 카드수는 21만364장. 계절에 따라 판매금액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지난해 상반기(5만여장)와 비교해 보면 약 4배 가량 늘었다. LG카드도 지난해 4분기에 약 85억원 정도의 판매고를 올렸는데 올 상반기에만 약 80억원 상당 카드를 판 것으로 집계돼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카드의 올해 2월 기프트카드 출범 초기 판매액은 약 2억원. 하지만 6월에는 22억원으로 늘어나 5개월 동안 약 52억원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기프트카드’를 잡아라=신용카드사들이 잇달아 기프트카드를 내놓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절대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로 기프트카드를 구매한다는 점에서 바로 매출로 연결될 수 있으며, 카드판매는 선입금 자금의 확보가 가능해 현금유동성 및 금융소득도 발생할 수 있다. 삼성카드의 전승찬 영업개발팀 과장은 “충전기능 부재 등 아직 미비한 것이 많아 초기시장이지만 사용처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칩카드가 되면 교통카드 기능 등 다양한 기능으로 기프트카드를 사용할 수 있어 성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LG카드는 수익성을 고려해 우량법인 위주의 영업을 강화할 예정이며, 현대카드도 ‘헬스기프트카드’처럼 의료기관 등 사용처 확대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준비중이다.
신용카드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아직 기프트카드 사용을 거부하고 있어 쉽게 확산될 것으로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기명 기프트카드에 대한 세제혜택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다 상품권이 갖지 못한 장점을 갖고 있어 인지도만 높아지면 수요가 급격하게 늘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초기에 과열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입장도 있다. 신용카드사의 리스크 관리를 더욱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신용카드사들도 당분간 기프트카드를 통한 무조건적인 매출확대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두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우량법인을 중심으로 한 영업에 치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