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

 ◇못다 그린 그림 하나=등단 이후 토착적인 정서와 민족적인 동질성을 줄곧 그려온 중진작가 박충훈의 네번째 작품집. 투박한 농본주의자의 꿈이 절절이 묻어 있는 이 작품집에는 책 제목과 같은 한 편의 중편소설과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특히 운동권 학생의 반평생을 실루엣처럼 슬쩍 드리워주면서 진정한 운동의 지향점이 무엇인가를 날카롭게 지적한 표제작 ‘못다 그린 그림 하나’는 세태의 반영과 삶에 대한 진지성이 돋보이는 작품. 박충훈 지음. 이소북 펴냄. 8500원

 ◇흰 그늘의 길=시인이자 사상가로서 굴곡 많은 삶을 살아온 김지하가 자신의 일생을 낱낱이 털어 놓은 회고록. 3권으로 묶여 출간된 이 책은 저자의 개인사면서 한국의 현대사이기도 하다. 1권에서는 가족사, 출생에서 청소년 시절, 6·25, 4·19, 대학시절 일부까지를, 2권에서는 6·3무렵부터 반독재투쟁, 수배, 투옥, 수감생활까지를, 그리고 3권에서는 새로운 삶의 모색에서 촛불세대에 대한 단상까지를 각각 다루고 있다. 김씨의 대표시 80여편이 함께 수록됐다. 김지하 지음. 학고재 펴냄. 각 권 1만3000원

 ◇인간의 힘=특유의 능청스러움과 너스레, 날렵한 입담으로 이 시대의 이야기꾼으로 주목받는 성석제의 네번째 장편소설. 액자소설의 형식을 갖춘 이 소설은 시골 양반가문에서 태어나 임진왜란에서부터 병자호란에 이르는 혼란기 속에서 네 번이나 목숨을 건 외출을 감행, 나라에 헌신하려 한 한국판 돈키호테 같은 인물 채동구의 이야기를 통해 시공의 변천 속에서도 숭상돼야 할 진정한 가치가 있음을 드러내준다. 성석제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8000원

 ◇만주아리랑=‘잊혀진 땅, 일만리 만주기행’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재중 동포작가가 항일독립운동의 주요 근거지이자 조선족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만주에 대해 쓴 살아 있는 보고서. 저자는 수년간 만주땅을 밟으며 ‘중국 조선족 100여년의 역사와 삶’을 추적, 중국 이민 3세의 시각으로 잊혀진 민족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만주시절 행적이나 가곡 ‘선구자’의 조작된 창작 경위를 파헤친다. 류연산 지음. 돌베개 펴냄. 9800원

 ◇알리, 아메리카를 쏘다=세 차례나 세계 헤비급챔피언을 차지한 스포츠스타로서의 알리가 아닌 백인 중심의 미국사회에 반기를 든 흑인의 영웅, 반전운동가로서의 알리의 일대기를 다룬 책. 저자는 알리가 표상하는 60년대 미국의 저항정신을 조명함으로써 오늘날 전방위로 확장돼 가는 미국의 패권·문화상업주의의 본질과 이면을 들춰낸다. 저자는 특히 문화자본이 장악하는 문화계와 스포츠계의 현실을 직시하라고 요구한다. 마이크 마커시 지음. 차익종 옮김. 당대 펴냄. 1만5000원

 ◇아이테니엄 시대가 시작된다=‘64비트 컴퓨팅의 혁명’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의 초안자이자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두 리더 짐 칼슨과 제리 헉이 공동 집필한 아이테니엄 개요서. 아이테니엄 아키텍처에 대한 전반적인 궁금증과 이해를 돕는 쉬운 해설로 구성된 이 책은 아이테니엄 혁명이 어떻게 기업의 비전을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인지를 설명한다. 짐 칼슨·제리 헉 지음. 한국HP bcs사업부·테크니컬컨설팅사업부 옮김. 전자신문사 펴냄. 1만3000원

 ◇만화로 보는 명작 드라큘라(전 3권)=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가 1879년에 발표한 공포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드라큘라’가 만화책으로 나왔다. 드라큘라는 문학작품에 나타난 가장 무서운 인물 중 하나로 지난 백년 동안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을 뿐 아니라 그간 영화·연극·뮤지컬의 단골 메뉴였다. 이번에 문학세계사에서 펴낸 만화로 보는 명작 ‘드라큘라’는 원작소설이 지닌 느낌과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 게 특징. 정재홍 글·그림. 문학세계사 펴냄. 각 권 8200원

 ◇이공계가 짱=이공계 기피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이공계 진학의 이점과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다룬 과학만화. 산학연협동연구소 황선우 소장이 기획하고 청소년 만화 전문가인 김형태씨가 그린 이 만화책은 고등학교 1학년 주인공 ‘예지순’과 부모가 대학 진학문제로 인문반과 자연반을 놓고 갈등하는 것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과학기술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모두 3부작으로 먼저 1부가 발간됐다. 김형태 그림. 국민경제과학만화운동본부·산학연종합센터 펴냄. 1만원

 ◇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인 저자가 20여년에 걸쳐 지중해 연안의 10개 나라와 주요 역사도시를 실제 답사한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색다른 시각에서 다룬 기행서.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남부 유럽 지중해는 물론 북부 아프리카의 지중해 문화권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뤘다. 각 나라의 주요 도시마다 토착문화가 녹아 있는 현지 주민들의 소박한 삶을 문화 상대주의 관점에서 다뤄 다른 문화에 대한 편견을 없앴다. 이희수 지음. 일빛 펴냄. 1만5000원

 ◇디지털 비즈니스 이니시어티브=‘21세기를 리드하는 디지털 비즈니스를 위한 지침서’란 부제를 단 이 책은 정보기술의 막강한 힘을 알고 싶은 최고경영자(CEO)와 신사업 기회를 포착하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지식경제사회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비즈니스의 이니셔티브를 부여하기 위해 저술된 책. 저자는 정보기술의 큰 영역에서 디지털 비즈니스의 실체를 다루는 요소 중 상위 100여가지의 정보기술 주제어를 엄선, 소개한다. 여호영·채성수 지음. 마음의고향 펴냄. 1만8900원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