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희망과 미래`를 그렸다-원더풀데이즈

 극장용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가 16일 7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제작사인 틴하우스가 126억원의 제작비를 투여해 완성한 ‘원더풀 데이즈’는 그동안 숱한 화제를 뿌려왔다는 점에서 흥행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시사회에 참석한 상당수 관계자들은 제목만큼이나 빼어난 그래픽과 작품성으로 국내에서도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고 있어 흥행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원더풀 데이즈’의 배경은 서기 2142년, 에코반과 마르가 공존하는 남태평양의 한복판에 위치한 시실섬. 지구에서 에너지 전쟁이 일어나고 남은 인류가 미래를 위해 오염물질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도시 에코반을 건설한다. 이어 전쟁 난민들이 에코반 근처에 마르라는 터전을 마련하고 에코반과 공존한다. 이런 가운데 오염물질이 점차 줄어들고 성장이 멈출 위기에 놓이면서 에코반의 지도부가 오염물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마르지역을 몰살시키려 하자 수하를 비롯한 마르인이 저항에 나선다.

 ‘원더풀 데이즈’는 시실섬이라는 한 공간에 부유하고 선택받은 계층 ‘에코반’이 사는 유토피아와 이와 공존하며 가난한 자들이 착취받으며 사는 ‘마르’라는 디스토피아 사이의 갈등이 그 전제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김문생 감독은 이러한 갈등 상황을 일련의 사건이나 브리핑을 통해 설명하지 않고 견고한 비주얼을 통해 관객의 뇌리속에서 그 맥락을 느끼도록 제작했다고 전했다. 잔인한 살육과 황폐한 주변환경, 화려한 에코반에 비해 어두운 마르의 그래픽 묘사 등을 통해 미래의 어둠을 전달하려 한 것.

 반면 무거운 미래사회의 암울 속에서 피어나는 제이와 수하의 사랑과 우디와 레지스탕스 ‘핫도그 패거리’의 우정이 맑은 웃음과 반전을 만들어줌으로써 극을 어두운 미래에서 건져낸다. 이 작품은 이러한 미래세계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굳이 글이나 사건을 통해 설명하지 않고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작품에서 화려한 시각적 효과는 극을 전개하는 힘이자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요소다. 미래도시 에코반과 마르를 묘사한 그래픽기술은 화려함을 넘어 경이를 느끼게 한다. 인물은 2D 셀 애니메이션으로, 액션이나 기계는 3D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리고 배경은 미니어처 실사를 통해 작품을 완성한 시도는 놀라울 정도다. 특히 국화꽃으로 피어나는 타이틀 앞으로 2142년 지구의 황량한 풍경을 뒤로 한 채 주인공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과 연출은 압권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청계천, 양수리 터널 등 우리에게 낯익은 원형을 미래의 이미지로 변형해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숨은그림찾기의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

 한편 ‘원더풀 데이즈’는 개봉에 앞서 이미 프랑스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2배, 대만에서는 ‘쉬리’의 3배 가격으로 판권이 팔림으로써 국산 애니메이션의 해외진출 성공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