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이야기](11)또 하나의 가능성 SFX영화

 SFX영화를 아느냐는 질문에 ‘X맨’을 꼽는다면 나름대로 영화에 대한 상식이 있는 사람이고, ‘파워 레인저’라고 대답한다면 영화 마니아라고 할 수 있다.

 SFX영화는 대부분 평소에는 평범한 생활을 하는 주인공이 불의를 보면 정의의 용사로 변신해 악을 물리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아주 단순한 줄거리다.

 하지만 SFX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인프라와 등장인물의 특수의상, 촬영, 컴퓨터그래픽(CG) 합성기술은 물론 애니메이션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제작과정도 쉽지 않다. 실제로 필자는 지난 98년 ‘지구용사 벡터맨’이라는 SFX영화를 제작하며 그 어려움을 실감한 적이 있다. 이 영화는 총 26편의 TV물과 극장용으로 동시에 진행한 대작으로 ‘X맨’과 ‘파워레인저’ 등의 계보를 잇는 정통 SFX영화가 됐다.

 당시 우리나라의 현실은 제작 부문의,경우 외국의 하청작업을 많이 해본 경험이 있어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었지만 기획과 시나리오 등 ‘프리(pre)’ 부문과 제작 이후의 ‘포스트(post)’ 부문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였다.

 이에 나름대로 많은 시간과 인력을 동원해 ‘프리’ 부문의 완성도를 높이고 국내외에서 최고의 스태프를 기용해 마무리짓는 등 각별히 심혈을 기울였다. 이를 제작하기까지는 상당한 고통이 따랐다. 보통 26편의 TV애니메이션을 진행하다보면 스태프들은 거의 사생활을 포기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보다 시간이 더 드는 것이 SFX영화다. 실사로 제작한 화면에 CG 효과를 합성해 최종의 화면을 만드는 것이기에 시간이 2배가 더 든다. SFX 대작을 하나 만들려면 보통 2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더구나 한여름에는 배우들이 괴수의 탈이나 주인공 의상을 입고 땀을 비오듯이 쏟아가며 촬영에 임해야 한다. 특히 더 폼이 나야 하는 주인공은 멋진 탈과 의상을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고생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다. 여기에 폭약이 터지고 액션이 가해지면 배우들은 한마디도 죽을 맛이다.

 추운 겨울에도 마찬가지다. 특수의상을 위해 타이즈 같은 얇은 옷만 입는 경우가 많아 배우들은 촬영기간 내내 감기몸살을 달고 산다. 영화 ‘와호장룡’에서처럼 폼나는 와이어 액션을 해야 하는 것도 배우들을 지치게 만든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용가리’를 제작했던 심형래 감독은 “5분 촬영하면 그 이상을 쉬어야 한다”는 말로 대신한 적이 있다.

지구를 지키는 용사들의 이야기인 ‘지구용사 벡터맨’도 그런 고생 끝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한때는 지구를 살리기에 앞서 우리 스태프부터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지구를 구하는 일은 너무 힘들다.

 <대원디지털 김승욱 사장 hook1963@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