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넷 매각절차가 15일 인수의향서 접수로 본격화됐다. 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의 경쟁, LG통신그룹의 유선사업부문 재편, 나아가 아직도 저울질에 한창인 KT의 참여가능성까지 두루넷의 향배는 통신시장의 고차방정식이 되고 있다. 정부와 통신업계, 채권단의 이해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두루넷 매각과정의 핵심 이슈를 긴급 점검한다.
1. 단독입찰 논란
2. 두루넷 인수가격은?
3. 정부의 지원책은 있는가.
지난 15일 데이콤과 하나로통신 2개 회사만이 인수의향서를 접수하면서 내심 KT의 참여를 바랐던 두루넷측은 ‘사실상 단독입찰’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하나로가 다음달 주주총회와 유상증자를 거쳐 LG그룹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돼 LG그룹의 단독인수가 유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령 단독입찰의 경우에도 유찰은 되지 않아 이 논란은 실사 이후 입찰가 협상에 이르기까지 KT 참여 등의 변수를 놓고 각 이해관계자간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단독입찰 논란=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하나로통신과 데이콤은 분명히 별개회사지만 하나로가 유상증자를 거쳐 LG로 편입되면 상황이 바뀌게 된다. LG측의 단독입찰이라는 성격을 띨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루넷측은 이렇게 될 경우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LG측의 입장이 많이 반영돼 제 값을 받지 못하고 매각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주간사인 삼정KPMG컨소시엄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는 단독입찰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매각 과정에서 LG가 하나로의 경영권을 가져가고 단독 창구로 통합한다면 단독입찰이 되는 것 아니냐”며 “기업가치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적정한 가격에 매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원칙을 밝혔다. 이에 대해 두루넷을 놓고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는 하나로와 데이콤은 “단독입찰이라는 논란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양사는 하나로의 LG그룹 편입은 유상증자안의 주총 통과가 성사되더라도 이후 실권주 발생과 LG의 인수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독입찰이라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쟁의 불씨는 남아 있는가=두루넷측의 한 관계자는 “인수의향서 마감 후에도 최종입찰서를 접수하는 오는 8월 25일까지 다른 업체도 인수에 참여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독과점시비를 우려해 참여하지 않는 KT측을 끌어들여 단독입찰에 대한 논란을 없애면서 몸값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라 초고속인터넷시장점유율이 48.5%인 KT가 11.6%인 두루넷을 인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처럼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와의 기업결합은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SK텔레콤이 신세기이동통신을 흡수합병하면서 예외를 인정받은 사실도 있어 KT의 두루넷인수참여는 최고경영자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T측입장에서는 두루넷의 인수가 절실하다. 두루넷의 가입자 충성도가 높은 데다 정통부가 차세대통합네트워크(NGcN)의 구축과 관련, HFC망의 활용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xDSL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KT입장에서는 두루넷을 확보, 다가올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적절하게 대비해야 한다. KT의 경우 두루넷을 인수할 경우 초기에는 현재처럼 파워콤 망을 임대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통방융합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따라서 KT측의 관계자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내달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최종 인수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면서 여전히 인수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