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세탁기는 양문형 냉장고와 함께 가전제품의 고급화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이미 혼수시장에서는 일반 와류식 세탁기보다 드럼세탁기가 주요 품목으로 꼽히고 있다. 드럼세탁기가 예비신랑·신부의 발길을 붙잡는 이유는 산뜻하고 콤팩트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 그리고 ‘럭셔리’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럼세탁기의 본고장은 유럽이다. 센물이 많은 서구 유럽에서 소량의 세탁물을 자주 세탁하는 생활리듬이 자리잡았고, 이에 걸맞은 소형 드럼세탁기가 일찍부터 등장했다. 월풀이나 밀레, 아에게 등 유럽 업체들이 강자로 등극했고 국내 시장도 2001년까지는 이들이 독식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LG전자가 ‘트롬’이라는 브랜드로 드럼세탁기를 새로 런칭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고가의 외산제품에 비해 가격을 낮추고 용량을 확대하는 등 국내 환경에 맞는 제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한 것.
시장에 나와 있는 국산 드럼세탁기는 LG전자 외에 삼성전자 ‘하우젠’이 있다. 하우젠 드럼세탁기는 6㎏, 7.5㎏, 8㎏, 10㎏ 등으로 가격대는 60만원대에서 17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용량별로는 세탁전용과 건조일체형이 있다. 건조기능이 필요없는 소비자에게는 8㎏ 세탁전용 제품(SEW-HW108)이 인기다. 70만원대 가격에 온도조절기능과 6단계 세탁코스, 냉온수 겸용, 삶는 세탁 기능 등이 지원된다. 특히 일반 합성세제 사용도 가능하며 598×850×550의 콤팩트한 크기로 빌트인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독신이나 식구가 단출한 세대에서는 하우젠 6㎏ 건조일체형(SEW-HR825)도 실용적이다. 세탁용량은 적지만 8단계 세탁코스에 건조용량이 3㎏이어서 세탁해서 바로 입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여유가 있는 가정이라면 170만원대의 10㎏ 건조일체형(SEW-HR125)도 좋다.
LG전자 트롬은 다양한 모델을 갖추고 있다. 8㎏ 건조일체형(건조 4.5㎏) 제품(WD-P970RD)은 모터 직접구동 방식으로 소음을 줄인 게 특징이다. 고장 자기진단 표시기능 등이 있으며 출하가는 99만원. 8단계 건조시간 선택이 가능한 10㎏ 건조겸용 제품(WD-K117RD)은 100만원대 초반 가격으로 인기가 높다. 최신 제품인 12㎏ 건조겸용 제품(WD-R121XH)은 100만원대 후반대지만 대용량을 추구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외산 제품은 100만원 미만에서 300만원대까지 제품별 가격차가 크다. 독일 브랜드 밀레(Miele)의 WPS 소프트로닉 세탁기 W487은 5㎏ 용량 제품임에도 가격은 300만원대 중반을 형성하고 있다. 자누시 드럼세탁 건조기 WE-1200(6.5㎏)은 130만원대, 아에게(AEG)에코-라바마트 드럼세탁기 74730(5㎏)은 150만원대에 판매된다. 인터넷쇼핑몰에서는 외산 드럼세탁기를 식기세척기와 세트로 270만원대에 판매하기도 한다.
고가 제품 대신 가격을 낮춘 외산 제품도 인기다. 일렉트로룩스는 얼룩제거를 위해 45∼95도 온수세탁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드럼세탁기를 110만원대와 140만원대에 판매하면서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드럼세탁기, 무엇이 다른가?
드럼세탁기는 일반 세탁기와 구조부터 다르다. 드럼(세탁통)을 수평으로 눕혀놓은 상태에서 드럼의 회전에 의해 세탁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힘을 이용해 세탁한다. 세탁물과 물이 빠르게 회전하는 일반 세탁기와 달리 물의 낙착방식을 이용해 세탁물을 두들겨 때를 빼는 방식으로 세탁물간 마찰이 거의 없어 옷감 손상이 적고 옷감끼리 엉키지 않는다.
드럼세탁기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여러가지 부가기능이 지원된다는 점이다. 세탁기 내부 히터를 이용해 세탁수를 95도까지 가열, 삶는 효과를 낸다. 속옷이나 유아복 등 고온 살균세탁을 자주해야 하는 경우에 편리하다. 건조기능은 세탁과 동시에 바로 말려 입을 수 있다. 장마철은 물론 빨래 건조 장소가 마땅치 않은 원룸 거주자는 세탁 후 바로 건조된 옷가지들을 정리해놓을 수 있어 실용적이다. 건조기능 사용시에는 전기료가 추가되므로 이를 고려해 사용해야 한다.
이밖에 물에 적시기만 한 상태에서도 세탁이 가능해 물 소비량이 일반 세탁기 대비 50%가량 적다. 빨래 투입구가 앞에 있어 세탁과정을 쉽게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고 세탁이 끝난 후 허리를 굽힐 필요가 없어 세탁물을 꺼내기 쉬운 장점도 드럼세탁기의 매력 요인이다.
반면 단점도 있다. 우선 가격이 비싸다. 평균 40만∼50만원대 일반 세탁기 제품에 반해 드럼세탁기는 80만원 내외가 저렴한 제품에 속한다. 이 경우 건조기능은 제외된다. 같은 모델이라도 건조기능이 추가되면 20만∼30만원이 더 비싸다. 일반 합성세제 대신 전용 세제를 사용해야 하며 삶는 기능 등을 이용할 경우 세탁시 소요 시간도 길다.
LG전자·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한국시장에 맞게 지난해부터 8㎏ 이상의 대형 제품을 집중 개발, 선보이고 있지만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5∼6㎏급 저용량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밀레·에게 등 외산 제품은 용량이 적어 대형 빨래에는 적합하지 않다.
◆구매가이드
세탁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선택기준은 용량이다. 일반적으로 가족 수는 몇명인지, 매일 세탁하는지, 아니면 일주일씩 몰아서 세탁하는지의 여부 등 스타일에 따라 결정한다. 매일 세탁할 경우는 8㎏ 이하의 저용량 제품이 적당하지만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경우는 7.5∼10㎏이 적당하다. 대량의 세탁물을 처리할 때나 이불 빨래할 때에는 10∼12㎏의 세탁기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12㎏ 제품도 나와 있어 식구가 많은 세대에서는 고려해볼 만하다. 다만 빌트인(붙박이형) 제품의 경우는 8㎏까지만 사용이 가능하다.
세탁기 설치공간에 맞춰 드럼세탁기의 폭이 얼마나 되는지, 또 세탁기를 설치하는 공간의 출입문을 드럼세탁기가 드나들 수 있는지의 여부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드럼세탁기는 건조기능이 지원되는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이 따로 나와 있다. 건조기능 지원 여부에 따라 가격차가 나므로 건조기능의 사용빈도 등을 고려해 선택한 것도 요령이다. 건조기능은 습도가 높아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 장마철에 유용하다.
건조기능도 살펴보는 게 좋다. 기존에는 빨래의 양에 상관없이 건조시간만 임의 선택, 건조함으로써 옷의 양이 많으면 제대로 건조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드럼 내부의 온도 변화로 건조상태를 감지, 빨래 양에 맞게 최적의 조건으로 건조해주는 제품이 인기다.
이밖에 편의성도 고려해야 한다. 가령 세탁물을 집어넣거나 뺄 때 허리를 너무 굽혀야 하는지, 뚜껑이 180도 열리지 않아 불편하지는 않은지 등의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조작버튼이 전면이 아닌 후면에 있는 제품은 손을 멀리 뻗어 조작하는 불편이 있다. 편안한 자세에서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편리하다.
또 좌우로 문을 여닫는 드럼세탁기의 특성을 고려해 중간에 문을 열어도 세제액이 쏟아지지 않도록 설계된 제품을 고르는 것도 요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