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혁명이 시작됐다](27)엑스프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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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어느날 아침. 직장인 K씨는 어제 스튜디오에서 만난 슈퍼모델의 키스를 받고 일어난다. 밝은 새벽의 태양과 미풍이 아침 기분을 더욱 상쾌하게 해준다. 잔잔히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도 생산적인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예감을 갖게 해준다. 물론 모닝 키스를 해준 슈퍼모델은 홀로그래픽 3차원 영상이다. 태양, 미풍, 음악들도 정신적 육체적 상황을 감지하고 만들어진 ‘유비쿼터스 환경’이다.

 그리고 K씨는 화장실에 앉아 밤새 일어난 중요한 뉴스를 아바타의 상냥한 목소리로 듣는다. 물을 내리자 홈닥터는 오늘 섭취해야 할 고단백 음식과 샐러드 100g을 추천하고 3000보 이상 걷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한다. 화장실을 나오자 이미 u헬스케어센터에서 주문한 고단백 샐러드가 아침식사로 준비돼 있다.

 인간을 둘러싼 모든 사물과 환경에 지능형 컴퓨터가 심어지는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이다. 이처럼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상상해 구체적인 모습을 직접 디자인하고 이를 실현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상품기획단계 직전까지를 연구하는 시범 프로젝트가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제디자인대학원(IDAS)의 김원택 교수팀이 진행하는 ‘엑스프로(ExPro:Experience Prototyper)’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

 엑스프로는 김 교수가 만들어낸 신조어로 연극무대나 영화관과 비슷한 일종의 경험적인 공간을 말한다. 기술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그리고 사용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곳이다. 결국 미래 유비쿼터스 환경속에서 인간이 체험할 수 있는 조용하고 편안한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디자인함으로써 관련기술 개발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엑스프로 프로젝트의 1차적인 목표다.

 엑스프로가 전제로 하는 기본적인 개념도 현재 진행되는 일상생활의 관찰을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형태 또는 불만족스러운 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상상을 더해 미래사회의 바람직한 생활방식을 도출해내는 것이다. 그래서 김 교수팀은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동안 맞벌이를 하고 자녀를 두지 않은 이른바 딩크(DINK)족과 일인부모가족, 중상류층 4인가족, 교수, 디자이너 등 전문직 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다섯가족을 대상으로 그들의 일상생활을 관찰하고 비디오 영상으로 기록해왔다.

 실제로 ‘드림 소사이어티’라는 저서에서 롤프 젠슨은 “미래는 ‘스토리를 파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또한 지난 몇년 동안 디자인업계에서는 ‘감성적인 디자인’이 키워드가 돼왔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미래기술과 사회가 지향하는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정보기술이 점점 더 발달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은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원하게 된다.

 엑스프로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는 영상자료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미래의 모습을 구현하는 작업이다. 프로젝트팀은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쳐 대략의 아이디어 스케치를 완성한 후 이를 나이, 장소, 시간, 행동 패턴 등에 따라 19개의 시나리오로 전환했다. 시나리오는 다시 영상 미디어 인력의 손을 거쳐 플래시 등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로 제작됐다.

 따라서 엑스프로 공간에는 배우와 관객, 무대, 희곡대신 미래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전문가와 기술자, 사용자 그리고 콘텐츠가 한자리에 모인다. 콘텐츠는 미래사회의 퍼베이시브 컴퓨팅(pervasive computing) 개념을 바탕으로 제작된다. 미래 디자이너들이 수집한 정보를 가공한 플래시 콘텐츠가 3차원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실제로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는 국제디자인대학원내에 설치된 ‘엑스프로 스페이스’에서 전문가와 기술자,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상영된다. ‘엑스프로 스페이스’는 열린 입방형의 화면에 빔프로젝터로 3차원 영상이 쏘아지는 밀폐된 공간이다.

 콘텐츠를 평가·분석하고 재정립해 미래상을 구체화시키는 작업은 미래 디자이너와 기술자, 사용자 공동의 몫이다. 콘텐츠 상영 후 프로젝트 팀은 평가집단의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마침내 가장 바람직한 미래 디자인을 완성하게 된다. 미래상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기술자들은 필요한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낸다. 또 사용자는 상품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동시에 수용하기도 하는 프로슈머(prosumer)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전문 기술자와 미래 디자이너, 그리고 사용자가 한자리에 모여 미래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나리오에 기초를 둔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를 함께 느끼고 이해하며 서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비전을 공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팀장 :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해외 미래 디자인 실험>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연구소장인 네그로폰테는 언제나 “5년안에 연구결과를 상용화할 수 있는 연구소는 수없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 15년 후에 쓰일 애플리케이션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유명 공상과학영화를 통해 우리는 미디어랩이 연구한 미래기술들을 가끔씩 보게 된다. 실제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스필버그 감독은 미디어랩의 인터페이스 연구분야 전문인 존 언더코플러 박사와 함께 일하며 사람의 눈으로 패턴을 인식하는 시스템을 영화에 소개했다. 

 이처럼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엑스프로 프로젝트와 유사한 형태의 미래 디자인 실험들을 진행해왔다.

 필립스는 필립스리서치센터에서 ‘미래 비전(Vision of Future)’이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MIT 미디어랩은 새로운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인류문화와 일상생활의 콘텍스트와 조화를 이루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런가하면 디자인컨설팅회사인 IDEO는 다른 디자인 컨설턴트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혁신적인 제품들을 디자인중이다.

 필립스의 ‘미래 비전’ 프로젝트는 인류학적이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미래에 필연적으로 겪게 될 변화를 중심으로 기술개발의 방향을 관리하는 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1995년 프로젝트 착수 당시의 관점에서 2005년 미래 사람들이 추구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를 미리 분석해 차세대 제품의 컨셉트를 도출하고 제품 성격도 디자인했다. 또 제품 사용의 상업적 콘텍스트를 고려해 디지털 모형을 만들었다. 이는 우리나라 엑스프로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것과 매우 유사한 방식이다.

 일본 NTT도코모는 모바일 기술을 아이모드와 다른 미래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비전2010’ 프로젝트를 추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MIT 미디어랩도 e페이퍼, 입는(wearable) 컴퓨터, 노래하는 스니커즈 등 300여개의 미래 디자인 실험 프로젝트들을 진행중이다.

 

 <기고:엑스프로 프로젝트 추진목표> 김원택 국제디자인대학원(IDAS) 교수

 유비쿼터스 등 미래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상생활의 맥락을 이해하고 새로운 기술이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융합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제시가 필요하다.

 엑스프로 프로젝트는 다양한 컴퓨팅 기술들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도출하기 위해 다양한 삶의 맥락들을 비디오 영상(video ethnography)을 이용해 관찰하고 이를 연구개발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체험공간(experiential spaces)을 개발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미래의 융합적 기술개발이 가능하도록 하고 새로운 기술이 사용자에게 더욱 쉽고 편리하게 수용될 수 있는 조건(specifications)을 제시하게 된다.

 따라서 엑스프로 프로젝트는 미래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편안하고 조용하며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생산적인 서비스 시나리오를 직접 디자인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u디바이스나 u환경 기술 로드맵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또 오는 2004년까지의 2차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u도시 생활에서의 유비쿼터스 라이프 스타일과 u디바이스의 인터페이스, 그리고 u공간에서의 비즈니스 디자인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u도시는 공간·사물·사람·활동이 하나로 연결된 도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의 연결은 사람과 공간, 사람과 사물, 사람과 사람들간의 연결을 말한다. 또 u디바이스의 인터페이스는 공간을 떠도는 음성뿐만 아니라 허공을 지르는 몸짓까지도 포착해야 한다. 이들은 기존의 2차원 평면이 아닌 3차원 공간 또는 시공간의 4차원 시공간에 존재하는 신호들이다. 또 3차원의 출력장치에는 2차원 화면과 프린터를 넘어서서 3차원 홀로그램이나 소형 공작기계까지 포함될 것이다.

 u공간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기계와 기계, 상품과 상품,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조직과 조직 등 무엇이든 서로가 접속·연결되고 어떤 정보든지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어야만 가치가 창조될 수 있다. 이미 RFID 태그를 활용해 모든 상품을 지능화시키는 비즈니스가 외국에서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같은 u환경에서의 새로운 ‘u비즈니스’를 디자인하는 것이 2단계 엑스프로 프로젝트의 목표다. 

 

 wtkim@ida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