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가 움직인다

디지털시대 신 성장 동력 발굴

 전자업계가 급변하고 있다. 전자업계의 태두인 삼성전자가 통신업체의 거대한 공룡인 KT와 신사업 발굴을 위해 손을 잡았는가 하면, 이동전화업계 1위인 SK텔레콤은 강도 높은 ‘기업혁신 전략’을 통해 ‘유비쿼터스 서비스’ 제공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또 중견 전자업체들도 전통적인 업종을 축소하거나 접고 디지털 업종으로의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전자업계의 지각변동이 서서히 가시권에 접어들고 있다.

 ◇변신 서두르는 업체들=전자업계의 변신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디지털 영역으로 진입한 업체들은 컨버전스를 가속화하고 있고, 전통적인 영역에 머물렀던 업체들은 디지털 영역으로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삼성전자-KT의 전략적 제휴와 SK텔레콤의 유비쿼터스 서비스 전략은 디지털 컨버전스의 핵심인 홈네트워크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중견 전자업체들 역시 발빠른 변화를 모색 중이다. 셋톱박스로 일약 코스닥시장의 스타기업으로 부상한 휴맥스는 최근 디지털가전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기밥솥으로 명성을 쌓은 쿠쿠홈시스는 지난 1분기에 개인용녹화기(PVR) 시장에 진출했고, 정수기 전문업체인 웅진코웨이는 최근 공조업체인 두원테크를 인수해 생활가전시장에 진출키로 했다. 디지털로의 전환 바람이 한창이다.

 ◇‘신 성장 동력’을 찾아라=전자업계가 이처럼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향후 새로운 성장의 원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와 정보통신사업은 날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디지털미디어와 가전부문은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이 각각 2%, 0.3%로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특히 최근 들어 경쟁사와의 경쟁이 거세지면서 적정 마진율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기존 사업을 발판으로 한 새로운 캐시카우 발굴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돼 왔다.

 휴맥스 역시 지금은 동종업계 최강을 자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디지털가전에 정보기술(IT)이 융합되는 컨버전스 가전시대가 될 것으로 보고 디지털TV와 홈미디어 사업에 진출키로 한 것이다. 셋톱박스에 이은 차세대 캐시카우를 ‘셋톱박스+디지털미디어’로 잡은 것이다.

 웅진코웨이의 두원테크 인수는 차기 캐시카우를 ‘환경가전’으로 잡은 데 따른 결단이다. 2001년까지만 해도 평균 22%의 성장세를 보이던 정수기시장이 성숙기에 진입, 올해 9%대로 성장세가 조정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생활가전이 새로운 성장엔진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합종연횡 신호탄=전자업계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향후 전자업계 전체의 구도를 판가름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KT 연합은 양사간의 협정을 개방형으로 유지해 신규사업 개발과정에서 다양한 업체와 협력할 계획이어서 향후 홈네트워크 관련 업체들의 참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홈네트워크 기술을 확보한 업체들간 합종연횡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PC에서 TV로 데이터와 영상을 전송하는 DMA(Digital Media Adapter)를 개발한 아이큐브의 경우 이미 인텔과 디지털홈 구축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LG전자 전명우 상무는 “LG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관련 업체들과의 제휴를 추진하지 않고 있지만 컨버전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함에 따라 이제는 디지털 업종간의 합종연횡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