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트레이딩시스템(HTS) 유료화’가 증권업계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대우증권이 HTS 개발업체인 마켓포인트와 제휴를 맺고 개인투자자용 시스템 ‘베스트 ez MP플러스’를 유료화하면서부터다. 일부 고객 대상이긴 하지만 유료 HTS 서비스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우증권 유용환 트레이딩시스템부장은 “고급정보를 원하는 일부 고객층을 위해 이 서비스를 실시하게 됐다”며 “수수료는 대부분 마켓포인트측이 가져가는 것이어서 대우증권 입장에서 보면 완전한 유료화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베스트 ez MP플러스 서비스의 성공여부에 따라 증권업계의 HTS의 유료화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증권업계=증권업계는 그동안 증권사간 HTS 개발경쟁이 치열해져 매년 적지 않은 개발비용과 유지보수비용을 들여야 하는데도 무료서비스를 감당해야 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수수료 인하 등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매년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HTS를 재개발한다고 해서 고객이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이번 대우증권의 유료화 결정에 크게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다수 증권사들이 홈트레이더가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 99년 이후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구입 등 HTS 개발비로 몇백억원씩 쏟아부었다”며 “대형사의 경우는 적어도 1000억원 이상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증권사들이 지속적으로 HTS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어 매년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유지보수 및 재개발비용이 들어가야 한다며 “기여도가 높은 고객에 대해서는 무료로 제공돼야겠지만 기여도가 없는 고객에 대해서는 달리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증권전산의 김재훈 전무는 “고객에 대한 입장 때문에 드러내놓고 HTS유료화를 얘기하기에는 난처할 것”이라면서도 “매년 개발비를 절감해야 하는 입장 등을 고려해볼 때 인터넷 콘텐츠처럼 HTS서비스도 유료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속한 확산은 더딜듯=증권사마다 HTS 유료화를 남몰래 거론하고 있지만 급속하게 확산될 것으로 판단하는 곳은 드물다. 일부 포털업체도 유료화를 시도했다 다시 무료로 복귀한 것처럼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고객과 맞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증권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돈을 내서라도 다른 서비스를 받겠다’는 일부 고객에 대한 유료서비스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값싼 수수료를 선호하는 사이버증권사 고객과 수수료를 더 내더라도 컨설팅을 받겠다는 대형증권사의 고객층 분산이 심화되고 있다는데 따른 분석이다.
유료화에 앞서 증권업체간 개발경쟁이 지양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왜 경쟁하며 HTS개발에 나서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처음에는 브랜드마케팅 차원에서 회사 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었지만 요즘처럼 HTS가 일반화됐을 때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은행의 인터넷뱅킹 시스템처럼 어느것이 빠르고 성능이 우월해 사용하는 것이 아닌 이상, 증권사들도 일부 기능에 대해서는 평준화하려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상환 마켓포인트 사장은 “모든 증권사가 고비용의 서비스 구조를 개편하려는 노력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추가 HTS개발에 대해서는 전문업체에 아웃소싱을 하거나 유료로 제공해 고객이 자신의 투자시스템에 대한 활용도를 높이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