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정(45세 정년을 뜻하는 은어) 퇴직자들을 활용하라.’
‘사오정’이라는 단어가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 든 상황에서 퇴직인력 활용이 국가나 기업 경쟁력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퇴직자에게는 재취업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기업에는 구조조정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80년대부터 퇴직인력 활용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조기 퇴직자들이 증가하면서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이들을 재취업시키거나 일부 분야의 특화인력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도입된 정부 차원의 ‘전직 지원 장려금 제도’와 더불어 이 같은 움직임은 각 기업들의 중요한 인사프로그램의 하나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퇴직자를 대상으로 경력진단과 진로상담에서부터 재취업·창업에 이르기까지 도와주는 관련산업까지 급성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99년 한국P&G가 국내 최초로 이같은 시도를 한데 이어 올해에는 국민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이같은 시도에 나섰으며 신한은행·조흥은행간 합병 등 금융권의 M&A로 인한 사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건설, 삼성코닝, 삼성화재 등이 지난 2001년부터 부분적으로 6∼530명의 인력을 3개월에서 2년여간 이같은 형태로 재고용하기도 했다.
LG전자와 LG화학 등 LG그룹사도 올해 들어 3∼10명의 작은 규모지만 이같은 고용제도를 도입, 퇴직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대우GM오토, 제일제당 등도 이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이달부터 한국과학시술단체총연합회와 함께, 중소기업들의 기술지원을 위해 약 600명의 은퇴 기술자들로 구성된 지원풀을 구축, 이를 활용할 기업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대학이나 연구소, 업체 등에서 20∼30년간의 연구경력과 노하우를 보유한 전문가풀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기초기술과 공학제조 등을 돕기 위해서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 퇴직인력 활용산업 분야도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98년 프랜차이즈 형태로 진출한 DMB코리아를 시작으로 LHH, KR&C, 한국아웃플레이스먼트가 아웃플레이스먼트 컨설팅 업체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 35개국에 300여개 지사를 가진 라이트매니지먼트컨설턴츠(RMC)사가 국내 공략을 시작했다.
이밖에 스카우트, 제니엘 등 인터넷채용정보업체, 인재파견업체들 또한 최근 아웃플레이스먼트 사업에 진출하는 추세다.
RMC의 한 관계자는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80%가 이 같은 인사제도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조기퇴직이라는 피할 수 없는 흐름하에서 퇴직자의 활용은 일류를 지향하기 위해 기업과 국가가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