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PN]정보보호 보장성-수익성 `일석이조`

 가상사설망(VPN)이 정보보호시장의 견인차로 부상하고 있다. 전반적인 IT경기 침체속에 정보보호업계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VPN시장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VPN시장은 약 384억원 규모로 2001년 286억원에 비해 30% 이상 성장했다. 더욱이 이 수치는 서비스 매출을 제외한 것으로 실제 규모는 4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는 이러한 추세가 올해도 이어져 전년대비 40% 이상 성장한 553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VPN시장이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평균 62%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며 방화벽(32.5%)과 침입탐지시스템(27%)에 비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VPN업계는 이보다 더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에 이어 공공시장 VPN 수요가 일어나고 일반기업의 도입이 이어질 경우 800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보안성과 경제성, 두마리 토끼를 잡는 VPN=VPN이 이처럼 고속성장을 질주하는 이유는 VPN의 경제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보보호솔루션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는 ‘보장성 보험’ 성격이 강한 데 비해 VPN은 도입과 동시에 비용절감효과를 낼 수 있어 ‘수익성 보험’의 장점까지 갖췄다.

 김광태 퓨쳐시스템 사장은 “최근 경기침체로 IT부문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데 기존 전용선을 VPN으로 대체하면 곧바로 비용이 절감되는 투자대비효과(ROI)가 보장된다는 점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VPN을 도입할 경우 전용회선에 비해 40∼50% 가량 회선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인터넷전용선이 아닌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해 VPN을 구축하면 무려 80%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인터넷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정보보호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VPN은 보안성과 경제성이라는 두마리 토기를 한꺼번에 잡는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금융 중심에서 일반기업으로 확산=시장의 수요가 금융권 중심에서 일반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 최대의 VPN 프로젝트로 꼽힌 농협과 국민은행을 비롯해 우리·조흥·기업은행 등 제1금융권은 물론 국민카드, 동원·현대·대우증권, 알리안츠·금호생명, 쌍용화재 등 제2금융권에서도 VPN 도입이 줄을 이었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들어 일반기업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30여개의 일반기업이 VPN시스템 구축을 완료했거나 도입을 결정했다. 이는 금융권 일변도였던 지난해와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다.

 퓨쳐시스템은 한진중공업·비비안·한국후지필름·롯데리아·보령제약·국제정보통신 등에 VPN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남양유업·메디슨·버버리코리아에도 조만간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어울림정보기술은 스타벅스·선진사료·볼보트럭코리아·남성해운 등에 VPN시스템 구축을 마쳤으며 한솔교육의 VPN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사이젠텍이 태광산업에, 시그엔이 현대·기아자동차에, 싸이버텍홀딩스가 LG산전에 VPN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노크래프트는 미니스톱과 최근 공급계약을 맺었다.

 일반기업의 수요증가는 VPN업체의 매출증대와 함께 수익원 다원화라는 의미도 있다. 주로 4분기에 수요가 몰리는 금융기관과는 달리 일반기업 고객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매출의 편중현상이 줄어들고 점차 1년 내내 균등한 매출을 올리게 된다.

 ◇시장구도는 3파전=VPN시장 확대는 기존 VPN 전문업체 이외에 네트워크 전문업체와 통신업체를 끌어들였다. 현재 국내 VPN시장은 크게 정보보호 전문업체, 네트워크 전문업체, 후발주자격인 통신업체 등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들은 각기 전문성과 네트워크 기술, 네트워크 인프라라는 강점을 내세워 경쟁과 공조를 병행하고 있다.

 VPN 분야에서는 퓨쳐시스템과 어울림정보기술이 대표주자로 꼽힌다. 두 회사는 작년 금융과 공공시장을 양분하며 시장을 주도했는데 올해들어 퓨쳐시스템의 독주가 눈에 띄는 가운데 어울림정보기술이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시그엔·이노크래프트·시큐어넥서스 등과 같은 VPN 전문업체가 틈새시장에 주력하며 그 뒤를 쫓고 있다. 시큐아이닷컴·시큐어소프트 등과 같은 정보보호 분야의 선도업체도 VPN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여기에 넥스지·인프니스라는 신생업체가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또 워치가드·소닉월·넷스크린 등 외국 정보보호업체의 공세도 기업시장을 중심으로 점차 강화되고 있다.

 네트워크 전문업체로는 시스코와 노텔이 선두권을 형성하는 가운데 어바이어·루슨트·스리콤 등이 뒤를 쫓고 있다. 이들은 정보보호 전문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조직과 자금을 앞세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네트웍스가 일찍부터 VPN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던 KT와 데이콤도 최근 외부 VPN장비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일반기업고객 유치에 나섰다. 통신업체는 특히 초고속인터넷과 VPN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전면에 내세워 전용선 비용부담이 큰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하반기 이슈는 ‘CC 인증’과 ‘수출’=하반기 VPN시장에서는 국제공통평가기준(CC)이 최대 이슈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정보보호시스템 평가·인증지침에 의하면 VPN의 경우 공공기관이나 금융권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CC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VPN은 별도의 평가와 인증이 없는 상태에서 방화벽과 통합된 제품이 많아 K4E 인증이 사실상 VPN 인증을 대체해왔다.

 그러나 CC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그동안 일부 K4E 인증업체만이 누려온 프리미엄이 없어져 시장의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어울림정보기술과 퓨쳐시스템이 CC증을 신청한 상태인데 각각 9월과 11월에 인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큐아이닷컴도 인증을 신청했으며 시큐어소프트·이노크래프트 등도 조만간 이 대열에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KISA는 또 국내 CC 평가와는 별도로 해외 평가기관과 공동으로 국내 VPN솔루션의 해외 CC 인증을 추진한다는 방침아래 현재 퓨쳐시스템과 협의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아직 CCRA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여서 국내 CC 인증이 해외수출에 있어서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출도 VPN업체의 당면과제다. 그동안 백신이나 방화벽, 침입탐지시스템 등의 수출사례는 있었지만 VPN 수출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VPN업체들은 올해를 ‘VPN 수출 원년’으로 만든다는 청사진을 속속 내놓고 있다. 퓨쳐시스템은 이미 확보한 일본·싱가포르·중국·대만 등의 현지 거점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어울림정보기술도 일본을 시작으로 VPN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어울림정보기술은 해외 CC 인증을 통해 미국과 유럽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 이노크래프트도 조만간 일본의 대형 IT업체 한곳과 제휴를 맺을 예정이며 독일 등 유럽지역에서도 파트너 대상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