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세계 반도체 업계가 숨죽이며 기다려왔던 최대 관심사라면 언제 시장이 회복될 것인가였다. 2분기 반도체 관련 산업계의 실적발표를 전후한 하반기 세계 반도체 시장전망과 분석은 이러한 업계의 기대에 화답하고 있다. 긴 동면에 빠졌던 반도체산업의 각종 지표들이 시장회복의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간판 기업 인텔이 호조인데다 올해 들어 반도체 칩 평균판매가격(ASPs)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팹(fab) 가동률도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반도체장비시장도 완연한 회복세다. 여기에 2분기 PC출하가 7.6% 늘어나는 등 수요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일각에선 여전히 ‘회복은 하되, 굼벵이 걸음일 것’이란 반론이 만만치 않다. 반도체칩의 판매량이 그다지 늘지 않아 수요회복을 점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각 전문 조사기관의 수치가 다소 엇갈리고 있음에도 하반기를 포함한 올 반도체 시장전망은 대체로 회복의 물살을 타고 있다는 쪽이 대세다.
◇회복의 청신호, ‘칩가격 상승’=올들어 D램 가격은 보합세속에서 줄곧 상승세를 보이면서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수급상황의 바로미터인 반도체칩의 지난 5월 ASPs는 전달에 비해 5%, 전년 동기에 비해 10.8%가 오르면서 수요회복을 예고했다. 실제로 D램의 경우 비트당 가격이 9%나 올랐다. 배경에는 향후 시장에 D램 부족현상이 대두할 것이란 기대감이 숨어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도 3개월 평균기준 ASPs가 15% 오른 86.5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조지 스칼리스 대표는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액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10.1%를 달성할 것”이라며 긍정론을 폈다.
◇수요회복의 복병 ‘판매량’=그러나 반도체가 회복기에 들었다고 단정짓기엔 다소 이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칩 가격과 함께 판매량이 늘어나면 반도체 호황기 진입을 의미하지만 최근 반도체 판매량은 제자리걸음이다.
5월중 칩의 총 판매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0.5% 늘어나는데 그쳤고 특히 마이크로프로세서의 5월 출하량은 오히려 11% 줄어든 2300만개에 그쳤다. SG코웬은 보고서에서 “데스크톱PC 시장은 여전히 정체돼 있다”며 “(판매액이 늘어난 것은 값비싼) 인텔의 센트리노가 예상보다 빨리 보급된 데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올해와 내년중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무선칩 시장도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무선칩 시장의 대표주자인 모토로라와 텍사스인스트루먼츠는 2분기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포워드컨셉트는 “올해 무선칩 시장이 당초 성장 예상치인 20%에 다소 못미치는 15%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세는 ‘회복’=그럼에도 ‘회복’으로 추가 기우는 것은 팹 가동률과 반도체장비 매출의 상승세 때문이다. 표 2·3 참조
팹 가동률은 업계의 생산능력의 적정도를, 반도체장비 매출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보는 향후 전망 및 투자의욕을 드러내 준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2분기 팹 가동률이 80%를 넘었고 특히 “파운드리(수탁가공생산) 팹의 경우 올 4분기 90%를 돌파하고 내년 4분기 95%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1년 3분기 팹 가동률은 60%까지, 파운드리의 팹가동률은 2001년 2, 3분기 40% 수준까지 떨어진 바 있다.
2000년 2분기∼2001년 1분기까지 연이어 80억달러대 매출을 보인 후 하락일로였던 반도체장비 매출도 올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타며 전년 대비 7.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인텔의 분기별 매출 증감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