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국무총리 직속의 국가전자무역위원회’ 발족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지난주 국무총리가 위원회 구성을 공식 승인하면서 국무총리 훈령으로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제 9월이면 ‘21세기 신 무역패러다임 구축‘이라는 이상과 ‘기존 무역절차체계‘라는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표류하던 전자무역이 범부처의 지원을 등에 업고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목표를 향해 장정에 나선다.
‘원자를 이루는 기본적 소립자의 한가지’라는 사전적 설명이 붙는 전자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e’자로 압축돼 불리면서 IT를 포함하는 첨단 프로세스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무역은 ‘지방과 지방 사이에 상품을 팔고 사거나 교환하는 상행위, 특히 국가간 상품거래’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전자무역’은 아직 사전에서 찾아 볼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무역, 사이버무역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새 무역패러다임의 명칭인 ‘전자무역’은 최종적으로 무역의 특성과 IT적인 컨셉트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 장고 끝에 지난 2000년 만들어 냈다. 21세기 우리나라를 끌고 갈 새로운 개념에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후 전자무역은 대외무역벌 2조를 통해 ‘전자무역을 무역의 전부 또는 일부가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이루어지는 거래’로 정의됐다. 즉 전자무역은 거래처 발굴, 상담, 계약, 원자재 조달, 운송, 통관, 대금결제에 이르는 제반 무역업무를 인터넷 등 최신 IT를 활용해 시공의 제약없이 처리하는 새로운 무역거래 형태로 기존 무역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신 무역패러다임으로 개념이 정리된다.
현명관 전자무역추진위원장(전경련 부회장 겸임)은 “전자무역은 무역프로세스와 구조자체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것으로 우리 기업의 무역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시킬 뿐 아니라 홍콩·싱가포르에 버금가는 동북아 경제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는 이미 구축된 수출입통관의 무역자동화시스템(EDI)만으로도 연간 5조4000억원의 부대비용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무역시스템이 오는 2005년에 완전 구축되면 국가 전체적으로 연간 145억달러(17조4000억원, 무역부대비용의 24.5%) 상당의 비용절감, 79억달러 수출증대 및 12만명 이상의 신규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전자무역도 기존 무역과 마찬가지로 상대 국가가 존재한다. 아무리 앞선 인프라를 갖춰도 상대국이 낙후돼 있으면 성사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우리가 강력히 추진하는 전자무역 인프라 구축작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주도권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GDP 가운데 무역의존도가 66%인 국가이자 IT인프라가 잘 구축된 국가’다. 전자무역의 필요성과 효과적인 추진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셈이다.
한국무역정보통신 한학희 이사는 “우리가 선점하고 주도하는 전자무역 선진인프라를 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해 세계에 확산해 나가면 글로벌스탠더드 획득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가치는 무한하다”며 “멀지 않은 장래에 전자무역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국가는 ‘전자무역’이라는 새로운 선진국형 무역장벽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학계,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를 우리나라 전자무역의 실질적 원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유도 명확하다. 전자무역 추진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과 관계된 모든 정부부처와 업계, 단체가 올해 비로소 같은 목표를 향해 힘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 산하 국가전자무역위원회 발족으로 상징되는 이같은 움직임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차원의 전자무역체계 완성을 주도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특별기고-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
지난 2000년 12월은 ‘전자무역(e-Trade)’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대외무역법에 등장하게 된 때다. 인터넷의 놀라운 파급력은 무역에서도 예외없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변환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전자무역은 그 용어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무역자동화, 인터넷무역, 사이버무역 등 다양한 개념을 가지고 출발했다. 산업자원부에서도 90년대 초부터 무역업무에 전자문서교환(EDI)방식의 무역자동화사업을 추진해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절감의 성과를 거둬왔지만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의 개방성과 확장성 그리고 끊임없이 고도화되는 IT의 발전 등을 감안할 때 ‘전자무역’의 무한한 가능성은 이전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현재 전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인터넷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전자무역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있어 무역입국인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전자무역은 지금까지 견실하게 구축한 국가 IT인프라를 산업에 접목해 직접적인 수출확대를 기할 수 있는 국가 e비즈니스 정책의 핵심과제로, 최근 인터넷 확산에 따른 국가간 거래와 국내 상거래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그 중요성 또한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산자부는 이러한 전자무역의 촉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으며, 지난해 8월에는 전자무역 추진을 위한 밑그림으로서 ‘전자무역의 2010 중장기 발전비전’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21세기 글로벌 무역강국 e트레이드코리아 실현’이라는 기치 아래 기업들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무역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비전실현을 위한 핵심 4대 전략으로는 첫째 인터넷 기반의 전자무역 인프라 구축, 둘째 중소기업의 전자무역 활용 기반 강화, 셋째 글로벌 전자무역 네트워크 구축, 마지막으로 전자무역 친화적 환경조성을 위한 법·제도 개선 등이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각각의 세부과제를 추진해 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인터넷에서 수출입승인·물류·통관·결제 등의 모든 무역절차가 일괄 처리되는 통합e-Trade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며, 이를 위해 올해중 무역업무프로세스에 대한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전자무역에 익숙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손쉽게 전자무역을 활용할 수 있도록 e무역상사를 통한 수출지원을 강화하고, 기업내부업무와 무역업무가 연계되는 전자무역솔루션의 보급·확대를 추진중이다.
아울러 최근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한·일간 서류없는 무역사업의 확대와 더불어 동아시아 전자무역 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한·유럽간 서류없는 무역추진 등 글로벌 전자무역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선하증권(B/L) 같은 유가증권의 전자화, 수입화물선취보증서(L/G)의 전자화 등과 같이 전자문서 유통에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발굴해 관계부처·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다. 이렇게 전자무역 추진을 위한 촉진사업들이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글로벌 무역강국은 어느새 우리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전자무역의 확산과 정착은 생각만큼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역이라는 것이 관련부처와 기관이 다양하고, 관련되는 법령과 제도도 많아 어느 하나의 부처와 기관만의 노력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수백년에 걸쳐 내려온 무역의 관행이 인터넷을 만났다고 해서 일순간 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미국·영국 등 선진국의 전자무역 추진동향을 볼 때 이를 마냥 지켜보고 뒤처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도 정부와 업계는 최근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고 전자무역의 본격적인 확산을 저해하는 요소를 과감히 제거해 수년 내에 전자무역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전자무역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했다.
위원회는 전자무역과 관련된 부처 장관들과 무역유관기관장들이 위원으로 참여해 전자무역 촉진을 위한 종합적인 청사진을 마련하고, 법·제도 정비 및 개선에 관한 사항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조정하게 된다. 이로써 기존에 부처별로 상이한 e비즈니스 정책에 따라 추진돼온 전자무역 업무가 이제는 하나의 공통목표와 체계 아래 보다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전자무역위원회의 구성은 전자무역에 있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난 2000년말의 대외무역법 개정이 기존의 무역자동화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자무역시대로의 일대 전환을 가져왔다고 한다면, 이번 국가전자무역위원회의 발족은 범국가 차원에서의 전자무역의 본격적인 확산을 예고하는 또 한번의 중대한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끝으로 이번 위원회 구성을 계기로 무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전자무역’이 우리 무역에 조속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할 것을 다짐하며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관련 정부부처 및 유관기관 그리고 업계의 전폭적인 지원과 동참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