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통신방송 융합 추세에 대응해 정통부에 정책수립기능을 대거 부여하는 쪽으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를 방송법 개정안에 담으려는 방송위원회와의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정통부는 지난 18일 진대제 장관 주재로 차관, 실국장, 케이블TV협회장, SO협의회장을 비롯한 케이블TV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극비리에 통신방송 관련법 개정에 대해 논의했다.
정통부가 방송사업자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가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방송통신 융합 시대의 정책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회의는 방송위원회가 지난 15일 전체 회의에서 방송법 개정 초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의결을 일주일 연기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향후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양 기관의 다툼이 가열될 것임을 예고했다.
정통부는 이날 회의에서 통방 융합정책을 정부부처에서 수행해야 하며 규제는 독립규제기구에서 전담하는 정책-규제 이원화 방침을 내놓았다. 또 규제도 약관 위반과 같은 공적인 규제와 프로그램내용 심의와 같은 사회적 규제로 이원화해 공적인 규제는 정부부처나 독립기구가, 사회적 규제는 민간규제기관이 전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같은 방안은 정책수립기능은 정통부나 미 연방통신위와 같은 통합기구, 공적인 규제는 현재의 방송위와 통신위 통합기구, 사회적 규제는 방송위 일부 기능과 프로그램심의위원회 등이 합쳐지는 기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통신분야로의 규제와 정책수립기능 확대를 추진하는 방송위와의 갈등이 불가피해졌다.
진 장관은 그러나 “통방 융합 서비스 규제 문제는 여러가지 의견을 물어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해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는 이밖에 통방 융합 촉진을 위한 환경 조성 측면에서는 지상파·케이블TV 등의 정착과 경쟁환경, 기술개발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참석한 통신 및 방송사업자들은 “규제기구가 이원화되면 신규서비스 태동에 제약이 생기므로 정통부와 방송위간 논의를 통해 규제를 일원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 사업자는 이날 회의에 대해 “방송위와의 경쟁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정책과 규제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시도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유경기자 youkyung@etnews.co.kr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