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가 통신·방송 융합에 대응한 법제도 정비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은 향후 방송위원회와의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 중인 방송위의 후속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두 기관의 논리전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정통부의 복안=정통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주문형비디오(VOD)·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주요 통방 융합서비스를 기존 통신서비스에 포함시켜 정통부의 규제 테두리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막강한 힘을 가진 방송위의 견제로 인해 적극적인 행보를 자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정통부가 KT와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는 물론 케이블TV방송사와 KBS 등 지상파방송사까지 모아 회의를 진행함으로써 논리 개발을 끝내고 방송위와의 본격적인 주도권 싸움을 벌이겠다는 도전장으로 풀이됐다.
정통부는 이날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VOD 등 최근 등장한 신규 서비스를 통신사업자들이 방송위의 규제를 받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나아가 장기적으로 방송위 설립 이후 정통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음에 대비한 사전포석인 것으로 분석된다.
◇방송위, 대응은=방송위는 지난 15일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최종 의결하지 못했으나 신규 서비스사업자의 지위와 SO에 대한 소유제한 규정 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사실상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위는 1단계 개정에서 신규 서비스부문을 우선 해결할 것을 공식화했다. 그렇지만 당초 예상만큼 세부적인 내용이 포함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O 소유제한 완화의 경우 현행대로 계속 규제하는 쪽으로 잠정합의된 상태로 방송사업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방송위의 고위 관계자는 “이번 방송법 개정에서 신규 서비스부문은 DMB사업자 지위를 새롭게 규정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VOD를 비롯한 구체적인 별정서비스까지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정통부 회의에 대해 방송위가 과거 회귀적인 움직임으로 사업자들의 인심을 잃고 있는 상황을 정통부가 비집고 들어왔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정통부의 움직임에 대해 방송위 관계자는 “다수 부처가 서로 힘겨루기 양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추진 중인 방송위 논의도 현재로서는 주춤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전망=방송계에서는 신규 통신·방송 융합서비스가 등장하는 이 시점에 두 부처의 이 같은 움직임이 자칫 규제권 획득 싸움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방송위 설립 과정에서 부처간 합의가 더뎌질 수 있다는 견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통신·방송 융합서비스가 태동하는 시기에 두 부처가 서로 규제관할권을 놓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며 “규제를 선점하는 시도 자체가 규제 강도를 높이게 되고 이렇게 될 경우 원활한 신규 서비스 태동에 제약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