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체들의 실적이 양극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마쓰시타·히타치·도시바 등 전통적인 대기업들이 고전하는 반면 샤프·산요·캐논 등은 약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LG경제연구원은 최근 펴낸 ‘일본 전자업체를 통해 본 디지털경쟁력의 본질’ 보고서에서 디지털시대 변화에 대한 대응여부, IT의 주도권 장악에 대한 성패여부 등에 따른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취약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즉, 국가 차원의 요소 경쟁력과는 무관하게 디지털화로 인한 사업환경 변화가 유리하게 작용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간에 성과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하에서는 우선 더이상 규모를 통한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과거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브라운관, 오디오, 메모리 등 대규모 투자사업들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반면, 중견기업들은 세트보다는 핵심부품쪽에 치중, 고정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수익지향적인 사업에 집중해 온 것이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시대가 요구하는 민첩성에 기반한 사업모델이었던 셈이다.
또, 아날로그 시대의 품질 경쟁력은 기계적 정밀성에 있었고, 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은 단순 숙련된 기술자의 존재에 의존했다. 그러나 디지털환경하에서는 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핵심모듈들은 소수의 두뇌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기존 대기업들이 가진 약점 중 하나다.
이와 함께 늘어나는 R&D 비용을 잘 관리하고 이익 기여도를 높여야 하며 핵심 기술 없이는 브랜드 파워도 허구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보고서는 끝으로 이같은 일본 기업들의 상황을 볼 때 국내 기업들도 무엇보다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이에 맞춰 사업모델을 설계, 구축해 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승일 연구원은 “우리보다 앞서 전자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했던 일본 기업들이 전통적인 강점으로 가지고 있던 특유의 사업모델이 디지털화의 진전으로 인해 오히려 짐이 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하며, 현재 양호한 성과를 실현하는 기업들의 성공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