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먹는 지로납부서비스 은행 "뾰족한 수 없나요"

 “저희 은행창구에서 지로공과금을 납부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지로공과금 납부를 위해 집에서 가까운 은행지점의 창구를 방문했으나 별도 수수료를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지금까지 지로공과금의 경우 수수료없이 은행창구에서 수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그에게는 이같은 조치가 이해할 수 없었다. 창구에 항의해봤지만 은행 방침이라는 창구직원의 말에 할 수 없이 3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만 했다.

 이처럼 최근 분당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창구 지로납부의 경우 수수료를 받는 은행지점이 늘어나고 있다. 또 창구납부를 대신할 지로공과금 자동납부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현금입출금기(CD/ATM)에 지로수납 기능을 추가하는 등 비용절감책을 잇따라 마련하고 있다.

 ◇지로납부 대행은 밑지는 장사=그동안 무료로 지로수납업무를 해오던 지점들이 수수료를 받는 것은 이 업무가 밑지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창구를 통해 지로를 납부할 경우 은행으로서는 건당 최소 400원에서 최고 800원의 처리비용이 든다. 그러나 지로장표 발행업체의 주거래은행이 지로수납을 대행한 타 은행에 지급하는 수납대행수수료는 건당 180원에 불과하다. 결국 건당 220∼620원의 손해를 봐 창구에서 지로업무를 수행할수록 은행들은 적자폭이 늘어나는 것이다.

 은행입장에서는 대행수수료 인상이 좋은 방법이지만 이는 결국 타 은행에 지불해야 할 비용도 늘어난다는 의미여서 적절한 방법은 아닌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지로장표 발행업체에 지로서비스비용을 받는 것도 고려되고 있으나 주거래업체를 타 은행에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지로납부 자동화가 해답=지금까지 은행들은 공익적 입장에서 이처럼 ‘밑지는 장사’를 해왔으나 수익성을 생각하는 기업의 성격으로 변모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은행지점의 경우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수수료에 대한 고객의 반발을 우려해 지로수납업무의 자동화 등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기존 일반 장표를 자동으로 읽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지로고지서에 2차원 바코드를 채택해 창구를 통하지 않고 별도의 자동화기기에서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난 4월부터는 금융기관 공동으로 지로수납기능을 추가한 CD/ATM을 운영중이다.

 우리은행의 시스템을 구축한 세연인터랙티브의 강봉성 사장은 “은행입장에서 가장 좋은 비용절감책은 전자지로(EBPP)서비스이지만 종이지로에 대해 신뢰감을 갖는 고객이 많다는 것이 걸림돌”이라며 “EBPP가 자리잡기 전까지는 자동화 기기를 통한 지로납부가 과도기적 서비스로 명성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