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재계가 지난 21일 정부안 수용으로 방향을 선회, 주5일제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특히 여·야·정이 21일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달 15일까지 처리키로 합의, 주5일제 대립양상이 정·재·노동계 3자에서 정·노 2자 대립구도를 변화했다. 재계의 이같은 입장변화는 그동안 주장해온 주5일제 방안은커녕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비판해온 정부안조차 국회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자 차라리 정부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노동계는 23일과 31일 이틀 동안 정부안에 반대하는 총파업 결행을 예고하고 있고 기협중앙회가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 전경련·경총 등 다른 경제단체들의 의견에 동조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주5일제 법안 통과를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재계·노동계안 어떻게 다른가=주5일제에 대한 정부안은 재계와 노동계안을 절반씩 수용하거나 계량적으로 타협안을 제시한 수준으로 지금까지 재계와 노동계 양측 모두 ‘수용불가’ 입장을 보여왔다. 주5일제를 놓고 재계와 노동계의 가장 핵심적인 이견은 임금보전 부분. 노동계는 현행 44시간인 주단위 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이되 연월차수당 등 기존에 받아온 모든 임금과 수당을 삭감없이 그대로 받는다는 입장인 반면 재계는 월차수당을 없애고 연차수당과 생리휴가수당도 국제기준에 맞추자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법안에서 ‘법시행으로 인해 기존 임금수준과 시간당 통상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한다’고만 규정, 노동계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또 주5일제의 전면실시 시기도 노동계는 법개정후 7개월내를 주장해온 반면 재계는 오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단계적 실시를 주장해 왔다. 정부안은 올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 2007년 7월까지 단계적 실시를 명문화해 놓았다.
◇두가지의 난제=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두가지 난제가 있다. 주5일제로 경영에 가장 큰 애로를 겪을 중소기업 등 재계 일부가 전경련의 방침에 수용할지 여부와 노동계의 반발이다. 전경련의 정부안 수용방침에 대해 경총이나 대한상회의측은 대체로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인정하는 데 비해 기협중앙회는 정부안 수용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일수록 주5일제 도입이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쉽게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경련의 입장선회에 대해서도 파업 등 노사분규와 더이상의 불리함을 막아보자는 취지라는 건 이해하지만 고육지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다. 노동계 반발도 문제다. 양대 노총은 여야가 법안처리를 강행한다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정부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강력히 고수하고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