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케이디파워 박기주 사장(3)

 용산전자상가에서 해왔던 전기공사업이 안정되면서 일본종합전기기기전에 출품한 새로운 컨셉트의 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사업성공에 대한 확신이 그동안 내가 꿈꿔왔던 패키지형 수배전반사업에 뛰어들도록 했다.

 전기장이인 내가 설계와 제품구성, 디자인, 판매전략 등을 혼자 시작하기란 더없이 힘들었다. 하지만 좋아했고, 선택했고, 성공을 확신했기 때문에 어려워도 참을 수 있었다. 시작은 의욕적이었지만 과정은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최대 난관은 일정금액 이상을 수주하고 납품하는 데 제약을 주는 단체수의계약 제도였다. 중소기업특별법에 의한 정부계약형태인 단체수의계약제도의 몫은 실제로 몇몇 기득권자의 것이었고 영업형태는 제품의 질과는 무관한 특별한 인간관계에 의해 이뤄졌음을 보았다. 신기술이나 품질경쟁력, 가격경쟁력, 납기대응력 등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

 물론 나의 이런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반대의견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단체수의계약 제도의 모순으로 인해 너무나도 많은 피해를 입었고 지금도 피해의식은 여전하다.

 이 때 우연히도 정부 조달청을 통해 우수한 제품에 대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발견하게 되면서 발명특허와 기술개발, 각종 인증을 취득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제품개발과 혁신에 나서면서 매출의 40% 정도를 조달청과 계약, 자금회전은 물론 기술개발 중심의 중전기업체로서 5년 만에 세계적인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그 때 무식하게 뛰어들지 않았다면 IT분야의 기술이 접목된 중전기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안착할 만한 기술이 탄생했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운이 엄청나게 좋은 것도 한몫했을 것이지만 말이다.

 우리의 성공원인을 꼽자면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신기술에 대한 열정을 들 수 있다.

 나는 시장조사와 연구개발을 통해 콤팩트·디지털·인터넷이라는 세가지의 컨셉트를 융합시켜 지능형 수배전반, 디지털 전력계측제어기, 웹 기반 실시간 원격전력 감시·제어시스템 등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물론 그 당시 패키지형 수배전반을 만들겠다고 도움을 청했을 때 선뜻 도와주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패키지형 수배전반을 만들자고 많은이들에게 제안했을 당시에는 일반형 배전반이 주류를 이루던 때였다. 게다가 크기를 4분의 1로 줄이는 제품을 내놓자고 했으니 나의 제안이 거절당한 것도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나는 당시 외함전문 생산업체였으며 현재도 협력업체 관계를 맺고 있는 삼신기전의 양홍식 사장을 설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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