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프린터 잉크. 소비자들로부터 얼마나 불만이 많으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실태파악에 나설 정도이겠는가. 프린터 본체와 유사한 가격에 잉크가 판매되다 보니 그럴 만도 하지만 프린터업체들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한다. 프린터 잉크는 볼펜이나 만년필에 들어가는 잉크처럼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값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프린터 잉크 무엇이 다를까.
◇잉크카트리지는 프린터의 핵심=잉크젯 프린터에 사용되는 소모품인 잉크카트리지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헤드가 부착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헤드란 잉크를 뿌려주는 부분을 말하는데 한국HP와 삼성전자의 잉크카트리지에는 헤드가 부착돼 있고 엡손코리아와 롯데캐논 제품에는 헤드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엡손코리아와 롯데캐논의 경우 프린터 내부에 헤드가 부착돼 소비자는 잉크통만 교체하게 돼 있다. 이들 회사도 과거에는 헤드를 잉크카트리지에 장착했으나 소비자들이 소모품을 교체할 때마다 매번 헤드비용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를 잉크카트리지에서 분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드는 프린터의 가장 핵심을 이루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잉크를 종이에 분사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 헤드가 얼마나 정확하고 세밀하게 잉크를 뿌려주는가에 따라 인쇄품질이 결정난다. 헤드가 넓어서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잉크를 뿌린다면 인쇄속도가 빨라지는 것이고 헤드가 작은 크기의 잉크를 뿌릴수록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게 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잉크카트리지 가격에서 차이가 난다. 잉크만 들어 있는 것(엡손코리아와 롯데캐논)이라면 당연히 저렴하고 노즐까지 포함된 것(한국HP와 삼성전자)은 상대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 한국HP와 삼성전자 소모품은 흑백·컬러 카트리지 두 개 값이 프린터 본체 가격의 약 90%를 차지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롯데캐논·엡손코리아가 판매중인 잉크카트리지는 대부분 50% 미만으로 차이를 보인다.
◇단순한 잉크가 아니다=엡손에서 개발한 듀라브라이트 잉크(DURAbrite Ink)는 인쇄물이 물과 빛에 강하도록 고안됐다. 피그먼트(안료) 잉크의 일종인 이 잉크는 미세하고 균일한 입자를 가지고 있으며 잉크 입자가 레진으로 코팅돼 있어 일반용지나 재생용지 표면에 잉크 고착이 쉽게 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다. 때문에 오랜 시간 또렷하고 선명한 컬러를 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내광성 및 내수성이 뛰어나 특수용지와 사용할 경우 70년 이상 선명한 색이 지속된다고 한다. 또한 물에 닿을 경우에도 번짐이 전혀 없어 사진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이 잉크는 지난해 출시된 스타일러스 C82란 모델과 잉크젯 복합기 최근 모델 CX 5100에도 사용되고 있다.
한국HP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비즈니스 잉크젯 프린터에 사용된 잉크도 조금은 특별하다. 디자인 사무실이나 전문 출력점에서 쓰는 전문가급 프린터에 쓰이던 잉크를 사무용 잉크젯 프린터에도 적용시켰다.
최근 잉크는 일반용지에서도 내구성이 강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종이에 더욱 색이 잘 스며들도록 하면서도 번짐이 없게, 또한 종이에 정착되는 즉시 건조되고 원래의 색이 제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만들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잉크는 일반 용지에서도 전용지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너무 앞서가는 잉크=고품질의 인쇄와 출력물의 장기간 보존을 결정짓는 잉크카트리지가 프린터의 핵심이라 해도 논란은 여전하다. 소비자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가격이나 기술이 너무 집약되다 보니 가끔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잉크카트리지에 부착된 전자칩이 후자에 속한다.
프린터 및 잉크카트리지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중인 소비자가 자신 소유의 잉크를 보충해서 쓰고 싶어도 전자칩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점, 제조사가 정해놓은 기일이 지나면 전자칩 때문에 잉크 잔량에 상관없이 잉크카트리지를 버려야 한다는 점 등은 소비자와 제조사간의 끊임없는 논란거리가 돼 왔다.
앞선 기술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기술인지는 향후 시장에서 결정날 것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