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성장동력 선정 배경과 향후 전망

 지난 3월 과기, 정통, 산자부가 각각 노무현 대통령에게 비슷한 내용의 업무보고를 하면서 시작된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프로젝트’를 둘러싼 4개월여에 걸친 정부부처간의 논쟁이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다.

 노 대통령까지 중재에 나섰음에도 난항을 거듭하던 부처별 사전조정과 역할분담 문제가 김태유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실과 과학기술자문회의,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위해 긴급 구성한 24명의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공동 노력으로 23일 10대 후보군을 사실상 확정하며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범정부 프로젝트로 추진되기까지 적지 않은 난제가 도사리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휴대폰 등을 이을 차세대 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데 거의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이 프로젝트가 급류를 탈 가능성이 높다는게 중론이다.

 ◇어떻게 선정했나=선정위원회가 23일 확정한 10대 성장동력 후보는 과기, 산자, 정통 등 3개 핵심부처와 문광, 해수, 복지, 농림 등 6개 부처가 내놓은 성장동력 예비후보에 대한 각계 전문가의 검증과 부처별 프레젠테이션 등 오랜 산고 끝에 탄생한 것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의 실무를 맡은 과학기술자문회의는 청와대 김태유 보좌관실의 적극적인 지원사격 속에서 기획예산처 출신의 ‘예산통’인 진영곤 부이사관을 제1조정관으로 영입하고 각 부처가 추천한 150명의 전문가풀에서 24명을 엄선한 ‘선정위원회’를 가동, 10대 성장동력 후보 선정에 큰 전과를 올렸다.

 이 과정에서 아이템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부처별 예비 성장동력 후보를 유사한 기술분야로 통폐합, 산업 중심으로 분류기준을 바꾸었으며 부처별 역할분담 역시 ‘기초·원천기술’과 ‘응용 및 산업화’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9개 부처가 제시한 예비 성장동력 후보 산업에 대한 집중 검증작업을 거쳐 10개 우선 개발분야가 결정된 것이다.

 ◇부처별 이해득실=이처럼 세부 분류기준과 역할분담이 달라지면서 결과적으로 각 참여부처의 이해가 크게 엇갈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과기부는 기초원천기술을 강조하며 ‘SW&솔루션’을 제외한 전분야의 기초기술 개발을 전담케 돼 가장 짭짤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이다.

 산자부 역시 초반 사전조정 협의 중에는 과기, 정통의 협공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산업군으로 분류기준이 바뀌면서 ‘차세대 이동통신’ ‘SW & 솔루션’ ‘바이오 신약/장기’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메이저 참여부처 자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통부는 처음부터 9개 핵심 IT를 집중적으로 밀었으나 ‘차세대 이동통신’ ‘SW & 솔루션’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후보군에서 산자부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평가다. 특히 환경, 농림, 해수, 복지, 문광 등 나머지 부처들은 과기, 산자, 정통 등 R&D 핵심부처에 파워와 우선순위에서 밀려 ‘들러리’로 전락했다.

 ◇향후 일정과 변수=23일 선정위원회 2차 회의를 끝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프로젝트의 큰 그림은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과학기술자문회의 1조정관실 보고자료를 토대로 범부처 종합기획안 마련과 함께 노 대통령 보고-대국민 발표-예산확보 등 후속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부처간의 세부 기술의 역할분담 문제가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텔레매틱스, 디지털TV, 지능형 로봇, 디스플레이 등은 일부 아이템의 역할분담 문제가 미결로 남아있는 상태다.

 여기에 차세대 성장동력 프로젝트와 상관없이 각 부처들이 예비 후보를 밀었던 기술에 대한 독자개발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여 향후 중복투자 문제가 불거져나올 여지가 남아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얼마나 단기에 충분히 확보하느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G7 등 대형 국책 R&D프로젝트가 출범할 때도 그랬듯이 이번 프로젝트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 “어찌보면 차세대 성장동력 프로젝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