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정보화를 통해 농촌을 바꾸고 싶었던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최근 몇년 동안 고향마을 성주에서 한결같이 정보화 운동을 해온 세계사이버대학 김종삼 교수(41)는 ‘마을 정보화’ 운동에 뛰어든 계기가 변화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경상북도 성주군 선남면 도흥리. 전국적으로 유명한 참외의 명산지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화 시범마을 ‘도흥 참외마을’이며 ‘인터넷 새마을 운동의 발상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마을이다.
도흥리 참외마을 34가구는 마을의 명물 참외를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처음 시작해 2억9400만원의 수익을 올린 온라인 참외 판매규모가 지난해에는 3배 가까운 8억3000만원에 이르렀다. 그리고 올해들어 6월까지 5억4500만원어치의 참외가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들에 전달됐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주민들의 참여도 조금씩 늘어 현재 전체 가구의 10% 정도인 34가구가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팔고 있다. 도흥리의 성공은 인터넷을 통해 농촌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경상북도가 추진중인 ‘인터넷 새마을 운동’의 실마리가 됐고 행정자치부가 선정하는 정보화 시범마을로도 뽑혔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 발전과 수익성만이 인터넷 도입의 혜택은 아니다. 생활양식이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성주군청의 도태호 정보화 담당은 “전자상거래 도입 후 마을의 병폐 중 하나였던 농한기 노름이나 술자리 문화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는 도흥 참외마을의 정보화 사업 진행과정을 쭉 지켜봐온 사람이다.
이 마을 인터넷 새마을 지도자 정한길씨(41)가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 “전자상거래를 하면 노름같은 것에 빼앗길 시간이 없어요.” 인터넷으로 농산물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싼 가격보다는 최고 품질의 먹거리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한번이라도 질이 낮은 물건이 배달되면 다시는 찾지 않는다고 한다. 자연히 최고의 참외를 만드려는 노력을 쉴 수 없게 됐다.
농한기에도 작업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게 되고 참외 작법에 대해서 더 공부하게 된다. 또 수시로 e메일도 띄우면서 끊임없이 고객관리를 해야 한다. “자연히 일에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시간이나 돈을 허투루 버리는 일은 줄어들죠”라고 정한길씨는 말한다.
홈페이지는 농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지만 소비자들은 인터넷 접속 후 자신이 소비할 참외를 재배할 사람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30여명의 동업자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생겨나게 됐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품질이 떨어지는 참외가 나올 경우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최고 품질의 참외를 기르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농민들도 프로가 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정보화를 통한 이런 의식의 변화가 바로 김종삼 교수가 꿈꾸던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 만나고 농사일을 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으며 의식의 개혁을 일으키는 것이다. 과거 새마을 운동이 농촌의 환경을 바꿔놓았듯 이제 ‘인터넷 새마을 운동’으로 또 한번 농촌을 업그레이드하는 꿈을 꾸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99년부터 이 분야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동년배나 웃연배의 마을 형님들을 설득하면서 마을의 정보화 운동을 추진했다. 처음에는 홀로 시작했지만 차츰 정한길 지도자 등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고 이들의 자발적인 노력은 성주군과 경북도청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이르렀다. 참외마을은 주민들의 열의와 참여, 행정부서의 지원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작품인 것이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지난 99년 김 교수가 정보화 마을을 꿈꾸며 계획했던 5개년 계획은 지금 거의 그대로 이뤄졌다.
24일 참외 전자상거래 참여가구는 더 좋은 참외를 만들기 위한 공동작업장을 준공했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참외를 품질대로 분류하고 선별해 보다 나은 참외를 온라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전하게 된다.
인터넷이 막 대중화되던 99년부터 인터넷과 농업의 결합을 위해 노력해온 참외마을은 이날 ‘공동작업장 준공 및 정보화 추진 완료 보고회’ 행사를 통해 정보화 사업결과를 돌아보고 공동작업장 준공을 축하했다.
그동안 땀흘린 참외마을 주민들로서는 지난 5년의 성과를 정리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공동작업장을 준공한 이날이 뜻깊을 수밖에 없다. 자발적인 참여와 끈질긴 노력으로 인터넷 세상을 앞서 개척한 그들의 얼굴에는 자신감 어린 미소가 배어나왔다. 이 미소가 모든 농촌 구석구석까지 번져가길 기대해본다.
◆인터넷 새마을운동은
농촌 주민 스스로가 인터넷 마을로 새롭게 단장하도록 하기 위해 경상북도가 2001년부터 추진중인 운동. 정보사회를 앞서가기 위한 신 새마을 운동으로 이의근 도지사를 비롯한 전 도민의 관심속에 진행중이다.
주민들이 정보화에 앞서가는 사람을 인터넷 새마을 지도자로 선정해 마을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인터넷을 통한 농수산물 정보 획득, 전자상거래 일상화 등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농가 소득을 높이고 살기 편리한 농어촌을 만들고자 하는 운동이다.
2년 동안 도내 인터넷 사용률이 2배 이상 늘어나고 105만여명이 정보교육을 받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PC 보내기, 컴퓨터 가계부 작성을 통한 실생활 정보화 등 주민들이 직접 실천하는 ‘5대 실천운동’과 IT기반구축을 위한 행정지원사업인 ‘5대과제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인터뷰-세계사이버대학 김종삼 교수
농촌 정보화는 그 마을에서 ‘미친 사람’이 한명쯤 나오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관련 정책 담당자들은 종종 말한다.
도흥리 참외마을의 ‘미친 사람’은 아마도 김종삼 교수일 것이다. 20여년을 전산과 관련된 일에 종사했고 현재 세계사이버대학 인터넷비즈니스학과 교수인 그는 월요일 새벽 경기도 광주에 있는 학교에 갔다가 목요일 오후에 돌아와서는 주말은 온통 마을 정보화 사업에 쏟아붓는다.
그가 본격적으로 도흥리의 정보화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1999년. 벌써 5년째다. 그동안 그는 도흥리 참외마을을 가장 성공적인 농촌 정보화 마을의 하나로 만들었고 최근에는 ‘정보화 마을 조성 사업’과 관련해 대통령표창까지 받았다.
김 교수는 “제가 99년 정보화 사업을 처음 기획하면서 나름대로 계획을 짰는데 그게 거의 이뤄졌어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그가 건네준 사업계획서에는 99년부터 2003년까지 중점사업과 참여가구수, 매출목표 등이 적혀 있다. 그의 꿈은 착착 이뤄지고 있었다.
물론 같이 미친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을의 동갑내기 친구인 정한길 인터넷 새마을 지도자도 그와 뜻을 같이했다. 다른 마을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PC교육을 받고 성주군과 도청에서도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었다.
다른 마을도 도흥리같이 성공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마을 단위의 농촌 공동 전자상거래 운영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마을에 열심히 뛰는 사람 3명만 있다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덧붙인다.
행정자치부의 ‘정보화 시범마을’이 전자상거래를 통한 소득증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김 교수가 그리는 정보화 마을은 ‘IT시대에 걸맞은 창조적 농민’의 탄생을 중요시한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능력과 자심감을 기르자는 것. 김 교수는 이것이 21세기 농촌을 변화시킬 진정한 ‘인터넷 새마을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