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진흥원 정책 확 바뀐다

인력양성·해외마케팅 지원 등 탈피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의 최일선에 있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의 정책기조가 바뀌고 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취임 이후 정부기관의 유사기능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는데다 고현진 신임 원장이 취임하면서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정책과 KIPA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KIPA는 이제까지 인력 양성과 해외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SW)산업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었던 것과는 달리 산업계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과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SW분야에서 신성장산업을 발굴, 적극 육성하고 SW분야의 다양한 민간단체들과 협력을 통해 SW 정책 컨설팅 기관으로의 위상정립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KIPA는 향후 사업방향을 ‘SW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로 선언하고 업체들의 기본 체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이전에 ‘인력 양성’을 기치로 걸었던 것과는 달리 앞으로는 우수상품 발굴, 유통망 확보, 공공기관 시범사업 등 국내 SW업체들에 더욱 직접적인 실익을 줄 수 있는 사업 위주로 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KIPA가 남한강연수원에서 개최한 내부 워크숍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자리에서 고 원장은 “세계 10대 SW업체들의 규모나 위상에 견줘 볼 때 국내 SW산업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냉철하게 살펴야 하며 우리나라 SW산업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해 ‘2010년까지 세계 7위 SW강국 진입’ 등의 기존 KIPA 정책을 포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고 원장은 또 “국내 SW산업의 통계도 상당히 왜곡됐으며 왜곡된 자료에 근거한 정부 정책도 현실과 거리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 정책도 근본에서 새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KIPA는 우선 하반기중 오피스·DB 등 필수 SW분야에서 국산 소프트웨어 제품을 선정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국산 SW를 선정해 KIPA가 지방에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유통을 촉진시키고 이의 보급확대를 위해 공동 기술지원센터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서버나 데스크톱 등 하드웨어(HW)제품에 국산 SW를 패키지로 묶어 상품화하는 방안 등을 차례로 기획중이다.

 고 원장은 “기업이나 기관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SW를 시작으로 세계 수준에 걸맞은 국산 SW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며 “공공기관에 국산 SW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유도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해 수요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KIPA의 달라진 전략은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산하기관 역할 재조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KIPA는 인력양성사업의 예산집행권을 정보통신연구진흥원으로 이관하는 대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ITSoC사업단을 넘겨받아 SW와 디지털콘텐츠, 차세대 메모리 육성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 원장 체제에서 달라지는 사업방향의 보다 구체적인 윤곽은 조직개편과 내년도 예산이 확정되는 이달 말에 드러날 전망이다.

 KIPA는 인력개발단이 이관된 후 기획조정실·벤처육성단·콘텐츠사업단·해외협력단 등 1실3단 체제로 꾸려온 조직을 이달 말 소폭 개편할 예정이며 향후 ITSoC사업단을 추가, 1실4단 체제로 복귀한다는 방침이다.

 예산은 전년의 3000억원에서 인력사업에 투입했던 2000억원이 줄어 1000억원 가량이 책정된다.전체 직원도 93명에서 ITSoc인력을 보강, 103명으로 늘리기 위해 기획예산처와 협의중이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