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시점이 4분기께로 점쳐지는 가운데 중견 부품업체 2세 경영자들의 행보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창업주인 부친의 그림자에 묻혀있는 데다 오너 2세란 약점아닌 약점 탓에 몸가짐을 조심, 그동안 경영일선에서 큰 활약상을 보이지 못했으나 경영수업에 따른 관록이 누적되면서 경영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경기회복 시점에 대비한 경영전략의 틀을 짜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대덕전자·코리아써키트·한국단자 등 후계자들의 역할과 성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대덕전자 김정식 회장의 차남 김영재 부사장(43)은 올들어 그 어느 때보다 영업에 대한 감각을 단금질, 서민적 이미지에서 카리스마적 기질을 배양하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82년 대덕에 평직원으로 입사한 김 부사장은 탁월한 일어와 영어 구사력을 바탕으로 월 2회 이상 일본·미국 등 잦은 해외출장길에 나서는 등 해외 바이어와의 ‘코드맞추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네트워크용 기판매출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그는 김성기 사장과 김정식 회장을 기술영업 측면에서 적극 지원키로 했다. 이는 김 부사장이 서울대와 KAIST에서 화학을 전공, 습득한 해박한 기판 지식을 내세워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
코리아써키트 송동효 회장의 장남 송영배 전무(39).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후 잠시 삼성전자에 몸을 담다가 지난 94년부터 재직중인 그는 생산과 영업을 제외한 기업 전반에 관한 업무를 다루는 경영지원본부를 맡고 있다.
송 전무는 메모리모듈 기판 수주 상승에 힙입어 2분기 매출이 전분기대비 4% 가량 상승하는 등 경기회복 움직임이 가시화됨에 따라 생산성을 높이는 구매자재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데 매진할 계획이다. 특히 대학시절 틈틈이 생산현장을 누빈 경험을 바탕으로 영업과 생산부서에서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케이피엠테크 채창근 사장의 장남 채병현 부사장(44)은 대학을 졸업한 후 줄곧 20년째 기판의 동도금 장비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인물. 경영·기획·관리·영업 등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 채병헌 부사장은 하반기께 투자를 모색중인 메이저 기판업체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영업활동에 들어가는 한편 중국시장의 현지화 전략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커넥터 업계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한국단자 이창원 사장은 최근 장남 이원준 상무(36)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KAIST와 외국에서 축적한 공학지식을 바탕으로 연구소장직에 5년 가량 근무하면서 기업이 경영진에게 필요로 하는 기술적인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 전무는 향후 성장성이 돋보이는 광부품 및 전송모듈 개발에 직접 참여하면서 회사의 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기획업무와 구매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대야리드선 황성박 사장의 장남 황두현 상무(33)는 90년대 초반에 입사한 후 영업을 총괄하면서 문구류·자동차용 와이어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주도하고 있다. 황 상무는 한달에 10일 정도는 해외출장, 3분의 1일은 공장을 다니는 등 내부적으로 워크홀릭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박지환 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