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사업으로 치부되던 CRT사업에 대해 삼성SDI의 김순택 사장이 부활론을 역설,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3일 개최된 삼성SDI IR행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LCD에 밀려 CRT가 사양사업인양 취급하고 있지만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TV용 브라운관인 CPT는 오는 2007년경을 전후에 다시 큰 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올해 상반기 LCD업계가 6세대·7세대 라인에 대한 수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모니터는 물론 TV시장마저 LCD 분위기로 이끌어가자 김 사장은 작심한 듯 CRT업계의 수장으로 하고 싶던 얘기를 꺼냈다. 그가 CPT 부활론을 강조한 것은 CPT의 가격 경쟁력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LCD에 우위를 보이는 데다 해상도 등 성능상으로도 LCD에 뒤처질 게 없다는 근거에서다. 김 사장은 “현재 일반 브라운관의 화소피치 길이는 0.7∼0.8㎜ 정도이나 삼성SDI는 앞으로 0.5㎜로 좁힐 계획”이라며 “이럴 경우 해상도가 LCD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가격 경쟁력과 관련해서는 “오는 2007년경 32인치 LCD TV 가격은 1500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브라운관TV는 이의 3분의 1 수준인 400달러까지 낮아질 것”이라며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브라운관TV가 사랑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2006년에 디지털TV 방송으로 전환하고 한국도 2007년경에는 디지털TV 방송이 메인으로 부상하는 등 오는 2007년 전후가 TV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때 발생하는 폭발적인 TV교체 수요의 대부분을 브라운관 방식의 TV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SDI는 CRT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연결기준으로 올해 57%에서 오는 2005년에는 39%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지만 CRT 매출은 올해나 2005년에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의 장담이 현실화될지 전세계 CRT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