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의 자동차 세상](4)유럽자동차시장 두배로 확대된다

 세계 자동차시장 중 가장 경쟁이 심하고 포화상태로 알려진 유럽에서도 과잉생산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많은 업체가 과잉생산에 대해 우려하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 가운데 PSA푸조시트로엥(PSA그룹)의 정반대되는 횡보가 주목되고 있다. PSA그룹은 프랑스 내 생산량을 2005년까지 60만대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95년 PSA그룹의 자동차 생산대수는 186만대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1년에는 313만대로 늘었다. 유럽에서도 같은 기간 163만대 수준에서 254만대 수준으로 늘었다. 성장의 대부분은 서유럽에서 이뤄졌다. 동유럽 지역에도 30만대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PSA그룹이 공격적인 증산계획을 세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유럽시장이 아직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지금 유로화 사용과 EU 확대 등 유럽 전체의 경제·사회적인 변화는 유럽 자동차산업의 축을 중유럽 쪽으로 옮겨가게 하고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서유럽시장에 비해 6분의 1의 노동과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중유럽에서의 자동차 생산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내년 5월이면 EU의 회원국이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확대된다. 그 결과 7400만의 인구가 증가해 EU의 인구는 4억5000만이 된다. 이는 북미의 인구보다 많은 것이다. 동일한 통화를 사용하고 광대한 수송 인프라를 갖춘 이 거대하고 새로운 자유무역지역은 중·동유럽에서의 신차 판매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동유럽에서의 장기적인 자동차 수요 증가는 150%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올해 200만대에서 10년 후에는 420만대, 2017년에는 500만대로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 생산은 현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비율이 약 77%대 23% 비율인데 2020년까지 이 비율은 49%대 51%의 비율로 바뀌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로 인해 앞으로 20여년간 지난 100여년 동안 판매한 것과 거의 비슷한 대수의 자동차가 팔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개척시장으로의 진출은 단기적으로는 낮은 노동비용과 정부의 지원 등을 노린 것이다. 오늘날 중유럽과 중국·인도 등에서의 생산이 그렇다. 하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이 지역에서의 입지 확보라는 면이 더 크다.

노동 비중은 승용차 공장가격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그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이 더 크다. 스페인이 86년 EU에 가입할 당시 자동차 판매가 70만대에 못미쳤지만 지난해 130만대로 성장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푸조를 비롯한 메이커들이 중·동유럽으로 진출하는 것은 그런 시장확대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