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아이들과의 대화 통로"

포털 CEO들의 자녀 인터넷 관리법

 요즘 들어 인터넷 중독, 게임 아이템 거래 등을 둘러싼 청소년 문제가 하나둘씩 터져나오고 있다. 공부는 제쳐놓고 몇시간씩 인터넷이나 게임에 빠져만 있는 것도 걱정이지만 혹시 성인·유해사이트에 들어가지는 않을까, 아바타나 게임 아이템에 중독돼 엉뚱한 짓을 하지 않을까 등 부모들의 근심은 늘어만 간다. 무조건 하지 말라고 막았다가는 반발심리만 키울 수 있고,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고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자녀들의 인터넷 및 게임 이용에 대해 적정한 대처방법은 없을까. 서비스 제공자이면서 동시에 부모이기도 한 포털 및 게임 CEO들은 ‘자녀들의 자율성을 인정하되 원칙과 기준을 함께 정할 것’과 ‘관심을 가져주고 오히려 자녀들과 함께 즐길 것’을 적극 권하고 있다.

 한게임을 운영하고 있는 NHN 김범수 사장은 11살짜리 아들과 9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 아빠의 직업답게 부모 도움없이 인터넷에서 각종 자료를 찾아 숙제를 척척 해낼 수 있는 수준. 하지만 김 사장도 자녀들이 인터넷과 게임에 흠뻑 빠지는 것 때문에 갈등하고 아바타를 사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난처한 경험을 갖고 있는 평범한 아빠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은 자녀들과 김 사장이 함께 정한 기준이 거의 정확하게 지켜지고 있어 걱정을 덜었다. 룰은 게임은 하루 1시간, 아바타 구매는 한달 5000원. 김 사장은 “함께하는 물리적인 시간을 많지 않지만 메신저를 통해 대화하고 올바른 인터넷 사용법을 알려주면서 같이 공감해 나가고 있다”며 “특히 게임의 경우는 만류하기보다는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쪽으로 유도한다”고 말했다.

 10살과 12살짜리 두 딸을 둔 MSN코리아 이구환 이사 역시 “가능하면 내버려둔다”는 교육관을 갖고 있지만 인터넷 이용에서는 원칙만큼은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있다. 하루에 컴퓨터를 이용하는 시간을 평일 1시간, 주말 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MSN의 키즈 패스포트 서비스를 이용해 자녀의 인터넷 이용을 철저하게 관리 감독한다. 특히 한달에 1만원씩 사이버머니를 적립해주고 그 범위 내에서 지출하도록 하고 있다. 사이버머니를 무엇에 사용했는지를 체크하는 건 기본. 이 이사의 자녀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역시 MSN메신저. 해외출장이 잦고 퇴근이 늦은 탓에 수시로 메신저로 대화하고 MSN메신저를 이용해 대화를 나눈다. “무조건 못쓰게 막을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사용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모들도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하나포스닷컴을 운영하는 하나로드림 안병균 사장의 자녀관리법은 ‘아빠는 네가 인터넷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로 요약된다. 두 딸을 두고 있는 안 사장은 한때 큰딸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와 같은 게임이나 카페활동, 채팅 등의 재미에 푹 빠져 걱정했으나 ‘그것도 한때’라는 것을 확인했다. 중 3인 둘째딸도 언니와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으나 큰 염려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해사이트나 스팸메일에 노출되는 것은 철저히 차단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로그를 확인해 어떤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어떤 파일을 다운로드했는지 체크하는 것. 안 사장은 “내가 무엇을 했는지 부모가 알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게 된다”며 “그만큼 부모들도 많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업체 CEO들은 해당 분야의 수장답게 게임을 자녀들과 대화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늦은 귀가 등으로 대화시간이 부족하지만 오히려 함께 게임을 즐기면서 보이지 않는 유대감을 느끼고 있다.

 한빛소프트 김영만 사장은 아예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인 두 아들을 게임 테스트 요원으로 모실(?) 정도다. 특히 요즘에는 온라인게임 사업에 전력하다보니 ‘서바이벌 프로젝트’ ‘점프점프’ ‘탄트라’ 등 한빛의 주요 온라인게임을 먼저 해보게 하고 아들들의 반응에 주목한다. 조언도 달갑게 받아들인다. 김 사장은 최근 한빛소프트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개최한 ‘스타짱대회’에 아예 큰아들과 함께 출전하기도 했다.

 닌텐도 비디오게임기 ‘게임큐브’를 좋아하는 아들을 둔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역시 아이들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준다. 강요하는 것도 없고 굳이 말리지도 않는다. 다만 부모가 옆에서 같이 놀아주고 공유해주는 작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류현정 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