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제품의 TV홈쇼핑 시장 진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90년대 후반만 해도 홈쇼핑채널은 기발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이 대량 소개돼 신상품 테스트 창구 역할을 했다. 그러나 TV홈쇼핑이 주요 유통채널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채널마다 리스크를 줄인다는 명분 아래 대기업 및 유명 브랜드 중심의 상품 편성에 치우치게 됐고 결국 중소기업들의 상품 진입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살제 홈쇼핑채널 납품을 고대하고 있는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TV홈쇼핑 납품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종이관련 상품을 제조·유통하는 I사의 한 관계자는 “일단 홈쇼핑 관계자(MD)를 만나기가 힘들고 홈쇼핑 자체의 상품선택 기준도 까다로운 데다 받아들여져도 지나치게 높은 마진을 요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몇 년간의 노력 끝에 유명 TV홈쇼핑 납품에 성공한 D사의 김모 사장은 “중소기업 상품이 보다 쉽게 TV홈쇼핑에 소개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가장 빠르고 결정적인 수단은 신상품 및 중소기업 상품의 의무 편성을 제도화하고 이것을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상품 선정에 대한 열쇠를 쥔 주요 홈쇼핑 MD들은 신상품 발굴과 매출 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현실에서 중소기업 상품 취급 확대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TV홈쇼핑 MD팀장은 “우수 신상품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험을 할 수도 없는 것이 일선 관계자들의 현실”이라며 “신선한 아이디어 상품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대기업 유명 브랜드 제품이 안전하게 매출을 확보할 수 있어 선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LG홈쇼핑과 CJ홈쇼핑의 경우 매년 신상품 및 중소기업 제품의 편성시간과 매출비중이 줄고 있다. 양 채널 모두 주당 신상품 편성시간은 20% 안팎이고 전체 매출 대비 순수 국내 중소기업 상품의 비중도 20%선에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 제품의 유통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허가한 신규 홈쇼핑 3사는 대기업 유명 브랜드 제품 위주의 방송 편성에 수차례 방송위로부터 경고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 김만환 박사는 “당초 설립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는 TV홈쇼핑에 대해 방송위의 규제가 너무 허술한 것이 문제”라며 “농수산물, 지역특산품 등 중소기업 상품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TV홈쇼핑 설립 허가제의 취지가 유명무실하다면 차라리 시장을 완전 개방해 자율경쟁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