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이렇게 구별한다. 10대는 댄스를 좋아하고, 20∼30대는 록이 체질에 맞고, 40대는 포크가 가깝고, 50대는 트로트를 듣는다고….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이러한 구분이 그리 틀린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음악팬들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이러한 범주화가 맞아 돌아갈리 없다. 20대가 포크에 미치기도 하고, 50대도 댄스음악에 끌릴 수 있다.
‘자전거 탄 풍경’. 아름다운 이름이다. 강인봉·송봉주·김형섭으로 구성된 이 3인조는 일반적인 분류법을 따르자면 포크그룹이다. 스스로도 처음 만났을 때 “우리 셋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자문에 따라 포크가 ‘공통분모’임을 알았고 그리하여 그룹이 결성됐으니 포크그룹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요즘은 줄여서 ‘자탄풍’으로 통하는 이들은 “포크가 사양길이건 뭐건 간에 포크의 낭랑함은 우리의 장점”임을 솔직히 인정한다.
그러나 자탄풍은 상식적으로 나눌 때야 포크로 규정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룹명 앞에 매번 포크그룹이란 수식이 붙는 것은 못마땅하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획일화’하는 게 부당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포크그룹하면 마치 40대 이상의 기성세대와 가까운 가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탄풍의 공연을 가보면 관객의 연령층이 포크세대라는 40대로 이뤄져 있지는 않다. 어린이도 보이고 트로트를 들을 것 같은 아버지 세대도 눈에 띈다. 팬클럽도 10대부터 50대까지 넓게 분포돼 있다고 한다. 강인봉은 그래서 “그러한 분류법은 아티스트의 개성과 팬들의 선택권을 무시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굳이 수식이 필요하다면 ‘통기타, 즉 어쿠스틱 음악을 하는 사람들’로 해달라는 것이다.
자탄풍의 음악을 포크라고 하든, 통기타 음악이라고 표현하든 그들이 우리 음악계를 잠식한 댄스와 R&B 발라드 천지에서 차별화된 순수한 음악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존재인 것만은 틀림없다. 조승우와 손예진이 주연한 영화 ‘클래식’에 삽입된 ‘나에게 넌, 나에게 넌’은 그들의 각별함을 널리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포크는 결코 70년대의 향수에 의존하는 복고적 성향의 포크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모던하다. 비록 유행의 대세는 아닐지언정, 지금의 음악으로 손색이 없다. 그들도 “우리는 70년대로 회귀하는 포크가 아니라 바로 지금, 2003년의 포크를 한다”고 말한다. 단지 악기가 통기타일 뿐이다.
자탄풍은 대박은 아니지만 순수한 어쿠스틱 음악을 들려주며 서서히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아마도 그들의 행진은 갈수록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늘 관객들로 북적거리는 공연장이 말해준다. 2001년에 결성돼 이제 2년밖에 되지 않은 그룹이지만 단독공연만 91회를 기록하고 있고 벌써부터 공연은 흑자를 내고 있다.
그들과 같은 가수들이 많아져야 우리 음악은 단조로움과 획일성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수확한다. 모두가 세련되게 보이려고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자탄풍은 ‘원초적 모습’을 보여줘 갈채를 받기 시작했다. ‘남들이 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들은 특별한 존재다.
임진모(http://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