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매이션의 기원을 이룬 월트디즈니가 그의 대표적인 캐릭터 미키마우스를 개발하게 된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가난하고 성실했던 월트디즈니가 후미진 방에서 아직은 자신의 애니매이션 세계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의 궁색한 작업실에 나타난 생쥐를 친구삼다가 결국 친구처럼 여긴 생쥐가 모티브가 되어 생쥐를 캐릭터화하게 되고 이것이 그 유명한 캐릭터 ‘미키마우스’가 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도 애니매이션 기획을 하면서 항상 부딪히는 문제는 캐릭터 개발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김수정의 ‘둘리’는 공룡이 모티브가 되었다. 엄마를 잃은 아기공룡 ‘둘리’는 처음 만화로 나온 이후 벌써 20여년 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애니매이션에 있어서 캐릭터는 어찌보면 그 자체가 전부일 수도 있다고 할 만큼 중요하다.
특히 어린이가 그 대상이 되는 애니매이션의 캐릭터는 여러가지 충족시켜줘야 하는 요구조건이 많고 까다롭기 그지없다.
우리는 모방송국의 유아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캐릭터 개발문제로 심한 고통을 겪었다. 동물, 우주인 등은 이제 너무나 개성을 찾아내기 힘든 대상이었고 심지어는 식물,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색다르고 재미있으며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한 설정대상을 찾아내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프로그램의 메인 캐릭터는 오히려 주어진 조건이 심플하기에 나름대로 몇번의 과정을 통해 결정 하게 되었으나 보조 캐릭터 가운데 하나가 끝까지 어렵고 힘든 작업을 반복하게 하는 것이었다.
개발팀의 당사자는 결국 지치고 지친 상태에서 어느날 절묘한 캐릭터 디자인 초안을 만들어 냈는데 이 시안은 방송국 스태프들이 ‘재미있다’고 동의해 통과가 결정되었다. 이 캐릭터는 프로그램에서 조미료 역할을 하는 재미있는 버스 운전기사였는데 역할이 독특해 그렇게 난산 끝에 캐릭터가 나오게 된 것이었다.
스태프 회의에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나왔지만 이 캐릭터는 다름아닌 개발자 당사자를 모티브로 한 것이었다. 거울을 보고 만들어낸 캐릭터야말로 모든 관계인이 ‘이것이다’고 동의하는 설득력이 있는 캐릭터가 되었던 것이다.
이 개발자는 유명한 2인조 가수그룹 멤버였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지금은 활동을 쉬고 있는 강모씨의 친형으로 당사자 자신이 무척이나 개성이 강한 사람이다. 어렵게 백과사전까지 뒤져가며 찾아내지 못했던 캐릭터는 정작 거울속에서 찾아낸 것이었다. 개발을 끝내고 현재 방송에 나오고 있는 이 캐릭터는 그 탁월한 개성 때문에 어린이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어렵고도 쉬운 캐릭터 개발은 참으로 사연도 많다.
<손동수 픽토크레이메이션 감독 artplis@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