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교 88년을 맞은 원불교 교단의 변화에 전환점이 될 만한 대역사가 시작됐다.
국내 6대 종교 중 처음으로 중앙에서부터 국내외 일선 교당까지를 정보기술을 활용해 하나로 묶는 ‘원불교 종합정보시스템(WonTIS) 구축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물질문명을 선용하는 것이 원불교의 문을 연 소태산 대종사의 뜻입니다. 즉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교단 발전에 선용하자는 게 이 사업의 취지죠.”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원불교 총본부인 중앙총부에서 만난 김도심 사업실무위원장(기획실장 겸 정보전산실장·51)은 “‘WonTIS’가 인터넷을 통해 원불교를 알리는 ‘장’이 되는 동시에 열린공동체를 구현하며 21세기 세계적 종교로 도약하는 교단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사업에 거는 기대를 드러냈다.
‘WonTIS’ 구축사업의 주요 내용은 국내 550여개 교당과 180여개 기관, 해외 14개국 51개 교당과 9개 기관 등을 유기적으로 묶는 통합웹환경 도입을 비롯해 데이터베이스 전면수정, 전자결제서비스 도입, 무선단말기서비스 개발 등을 포함하고 있다.
“2001년 기획실장으로 왔을 때 8년 전에 구축해 노후된 행정정보시스템을 개선하는 계획이 추진됐습니다. 그때 저는 행정정보화에만 그치지 말고 시스템을 교당에까지 확장해서 교화서비스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시골에 있는 교당에까지 확장하는 게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많았습니다.”
오랜기간 개척교당에서 교화 경력을 쌓은 김 위원장은 그후 ‘여론 뒤집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작년 9월 총회 때 한 신문기사를 스크랩하게 됐습니다. 시골 할머니가 e메일로 손녀와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내용이었죠. 이 기사를 소개하면서 그 할머니보다 못한 사람이 있느냐고 물으며 사업의 필요성을 강력히 호소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호소는 적중했고 결국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김 위원장도 이번 프로젝트가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럴수록 사업 성공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교무 중 절반은 나이가 50∼60대로 수기에 익숙해 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의 550여개 교당을 돌면서 직접 설득하고 언제든 부르면 AS직원처럼 달려가 어려움을 해결해줄 작정입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의지는 정보전산실에 붙어 있는 ‘교단변화 주도한다. 사이버교화 책임진다. WonTIS 성공한다’라는 문구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때문에 개발사업자인 LG CNS 관계자들이 “정보전산실 교무들이 너무 관심이 많고 잘 챙겨주니까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담도 된다”고 말할 정도다.
장시간 ‘WonTIS’ 사업의 의의와 필요성을 쉽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김 위원장은 정작 스스로를 ‘컴맹’이라고 일컫지만 여느 IT 대기업의 CEO 못지않은 ‘정보화 전도사’로 전혀 손색이 없어 보였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