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사이버놀잇감 정도로 가볍게 여겨지던 아바타 서비스가 이제는 가족간 불화를 일으키고 청소년의 정서를 해치는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 초등학생이 인터넷 아바타 구입 등에 5개월 동안 자그마치 170만원을 사용했다가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듣고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해 아바타 서비스가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껏해야 수백원에서 수천원에 불과한 아바타, 한두 번 재미삼아 사서 입히면 끝일 것 같은 아바타가 왜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는 것일까.
최근 한국사이버감시단(단장 공병철 http://www.wwwcap.or.kr)이 13개 아바타 서비스제공업체의 아바타 서비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아바타 가격이 대부분 5000원 안팎인 데다 최고액은 자그마치 1만1900원에 달했다.
조사 결과 세이클럽(100∼6900원), 야후코리아(400∼5000원), 네이트(600∼3900원), 다음(500∼5700원), 한미르(350∼3500원), 프리챌(600∼1만1900원), 한게임(100∼4900원) 등으로 수백원대의 저렴한 아바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청소년이 선호하는 아바타는 대부분 수천원대를 호가하는 실정이다.
과다이용을 제한한다는 명목으로 업체마다 이용한도를 두긴 하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프리챌·한게임·한미르 등은 이용한도를 결제수단별로 책정해 총액이 6만∼18만원에 달했고, 네이트는 이용한도는 30만원이지만 선물받은 사이버머니는 이용한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어 총액에 제한이 없었으며, MBC 웹사이트는 무려 50만원까지 이용이 가능했다.
결국 업체들의 서비스 구조를 볼 때 여러 서비스를 옮겨다니며 수천원짜리 아바타를 자주 구입할 경우 수개월 안에 이용료가 수백만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체와 이용자간, 부모와 자식간 다툼이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서비스 등장초기부터 청소년들이 ARS로 결제해 전화요금에 합산청구된 아바타요금 때문에 부모들의 환불요청이 적잖아 ARS 등을 통한 결제를 차단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보통신부 등은 법적 근거 미비와 산업육성 저해업체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요구를 묵살해왔다.
현재 아바타 서비스 이용자는 다음 4만5000여명, 프리챌 65만명, 세이클럽 140만명, SBS인터넷 35만명으로 이 중 대부분은 청소년이다. 청소년의 무분별한 아바타 이용 덕분에 업체들은 월평균 수십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이며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주요 업체가 아바타로 벌어들이는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게임 15억원, 세이클럽 25억원, 웹젠 30억원, 포트리스 35억원 등 대부분 수십억원대다.
이와 관련해 공병철 한국사이버감시단장은 “무관심한 부모와 무분별한 청소년을 탓하기 전에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청소년을 유혹해 아바타 서비스를 쓰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업체와 이를 좌시한 정부기관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며 “청소년이 아바타에 주로 사용하는 결제수단의 이용한도를 총액을 기준으로 대폭 낮추고 부모 동의 없이는 절대 결제할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사이버놀잇감 벗어나 정서 해치는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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