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휴가철 ‘두얼굴’

 ‘누구는 놀고, 누구는 일하고.’

 한여름이 다가오면서 업종별로 다양한 휴가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업무 집중도를 높이자며 아예 단체휴가를 떠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폭주하는 주문에 여름휴가를 꿈도 못꾸는 업체도 있다.

 공장을 쉬지 않고 돌리던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업체들은 올들어 소수인력이 번갈아가며 쉬던 ‘릴레이 휴가’를 전직원이 다함께 쉬는 ‘올스톱 휴가’로 속속 바꾸고 있다.

 선두업체인 아이디스와 성진씨앤씨, 피카소정보통신 등이 몇해 전부터 단체휴가 풍속도를 만든 데 이어 올해 쓰리알도 가세, 업계 전체가 ‘바캉스 시즌’을 앞두고 있다.

 쓰리알 관계자는 “릴레이 휴가를 떠날 경우 길게는 2개월 이상 휴가철이 이어져 업무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다함께 쉬고, 다함께 일하면 능률이 배가될 것”이라고 단체휴가 도입배경을 설명했다.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기로 유명한 반도체 장비업계에서도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등 일부 외국계 기업이 파트별 단체휴가를 시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유니셈·태광 등 국내 업체에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주문량이 폭주하는 TFT LCD 장비업체들엔 딴세상 얘기다. 마침 LG필립스LCD 6세대 장비 발주시기가 휴가철에 걸려있는 데다 대만 업체 등에서 수주한 일감이 산더미처럼 밀려있기 때문이다.

 주성엔지니어링·케이씨텍·태화일렉트론 등은 가능하면 휴가를 여름이 아닌 가을로 미루자는 분위기다. 몇몇 CEO들은 휴가반납까지 결의한 상태다. 김재현 태광 이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직원이 동시에 함께 휴가를 떠났지만 올해는 LCD사업부의 주문량이 많아 단체휴가를 떠나도 LCD사업부 직원은 현장을 지켜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